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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소통의 부재를 어이할꺼나?

[2007-11-13, 05:01:02] 상하이저널
선동열 학점과 토익 930점

민주주의라는 유령(ghost)은 참으로 잔혹하여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반드시 피를 흘린 다음에야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유령을 잡기 위해 너무도 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고 두드려 맞으며 최루탄 가스를 맡아야 했다.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지금의 30대 후반, 40대들은 시대로부터 너무도 큰 숙제(독재타도, 민주정권 수립, 남북통일 등등)를 부여 받아 모두 머리를 뒤싸매고 끙끙 앓아야만 했었던 것 같다. 직접 행동으로 참여를 하던지 정신적 지지만 하던지 아니면 반대를 하던지와 상관없이.

수업은 툭하면 휴강이 되었고 캠퍼스에서는 도저히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없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시절은 하 수상했지만 학점은 선동열의 평균 방어율 1.0(보통 4.5 만점)만 넘겨도 졸업을 할 수 있었고(실제 이를 자랑하던 친구도 있었다), 4학년 졸업반들은 학생운동에 전념했던 일부를 제외하고는 오라는 데가 너무 많아 직장을 고르느라 고민을 해야만 했던, 청년 실업 100만 시대의 지금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그런 시기가 있었다.

신자유주의라는 유령(ghost)은 더 가혹하여 그를 따르려는 100명의 사람 중 10명 내지 20명만 데리고 가서 풍요로운 삶을 베풀려 할 뿐, 나머지 80명 내지 90명의 사람들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근본인 생존, 즉 근근이 먹고 사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1997년 IMF 이후 한국에서 대학을 입학한 학생들에게 대학은 지성의 전당도 아니요 청춘의 낭만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장소도 아니오 오직 보다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백그라운드로 갖추어야 하는 중간 정거장이 되어 버렸다.

토익을 930점을 넘게 맞아도 스펙이 부족하다고 하여 대기업에서 잘 받아주지도 않는다고 한다. 80년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이나 법대도서관에서 영어책(원서 포함)을 펼쳐 놓고 공부를 하려 하면 주변의 동료들로부터 제국주의 앞잡이가 되려 한다는 눈총을 받아야 했던 때와 비교해 보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신자유주의 시대로부터 생존하라는, 오직 살아 남으라는 숙제를 젊은 시절 부여받은 많은 대학생들은 살아 남으려 영어, 중국어 등에 어마어마한 시간을 투자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직장은 항상 그 이상을 요구한다.


오만 및 편견과 존중 및 배려,
그리고 화해자기 자신과 집단의 존재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보지 아니한 개인이나 집단은 반드시 발전에 한계에 부딪치고 마는 것 같다. 물론 고민을 해 보았다고 하여 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내가 현재 발을 디디고 있는 이 땅의 현실과 이 시대 내가 사는 공동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본 사람이나 집단은 그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그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여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시도해 볼 수가 있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지눌대사가 돈오점수라고 했던가? 깨달음이 있다고 해도 스스로 자신을 단련시키는 혹독한 지속적인 담금질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개체나 집단은 그 깨달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할 수 있다. 세상을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좋았던 천재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담금질의 과정을 견뎌내어 간단한 진리라도 자신의 몸에 체화를 시킨 사람들이라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많은 기업들(특히 중국 투자 한국기업들)이 요즘 대학생들은 진지한 고민이나 자신의 생각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진지한 고민의 대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고민의 대상이 피를 요구하는 ‘민주주의’라는 유령(독재타도, 민주정권 수립, 노동해방, 남북통일 등등)이었다면 지금은 ‘생존’을 고민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글로벌라이제이션, 세계적 경쟁력, 무한경쟁 등등)라는 유령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의 대학생들은 모두가 진지한 고민을 하는 존재들임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업에 막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선배들이 너무 권위적이고 영어실력도 형편없고 실력이 아닌 비실력적인 요소로 사람을 다루려고 한다고 불평을 제기한다. 자신은 소를 잡을 때 쓰는 칼인데 모기잡는데 쓰려한다는 불만도 들린다. 자신들의 담금질 과정을 자랑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나는 이 말에도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비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되어지는 것도 결국 실력이요 나중에 저절로 깨닫게 되겠지만 심지어 운(運)조차도 결국은 실력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건 사회신출내기들이건 모두가 서로에게 오만과 편견이 일부씩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자연계와 인간이라는 소우주 속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상호성의 법칙’에 따르면, 내가 남을 존중할 때에만 남이 나를 존중해 준다. 남을 배려해 줄 때에만이 남으로부터 배려를 받을 수가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 세대간에 화해를 하는 연습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소통의 부재 타개
어느덧 상하이 생활이 벌써 5년이다. 발령 받아 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참으로 무정하게도 흘러간다. 그사이 상하이에 유학 온 학생 수만 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부모님을 따라 온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청운의 꿈을 안고 유학길에 오른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대는 완전히 바뀌었는데, 고민의 대상이 완전히 다른데, 세대간에 대화가 너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든다.

상하이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 소식을 자꾸 접하면서 어른들이 먼저 나서서 소통을 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한국학교 내부에서 일어나는 학생들간의 문제들, 국제학교에서 일어나는 한국 학생들 간의 문제들, 한국 대학 유학생들의 각종 탈선들 등등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 결국 세대간의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지금처럼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고 문제가 더 악화 될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든다.

결국 우리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세대를 위해서, 소통의 채널을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아무런 준비없이 중국 땅을 밟은 한중 수교 1세대에 비해서 중국 경제의 중심 상하이에서 교육받으며 진정한 중국통이 되어 지금보다 더 정신적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우리 다음 세대에게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고 대화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상하이 저널을 비롯한 교민신문들에서 캠페인이라도 한 번 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상하이 한인 사회의 SENIOR 어르신들이 돌아가면서 좋은 말씀이라도 한 번 해 주시면 훨씬 더 나아질 것 같다.

JUNIOR 들로 하여금 존재에 대한 책임, 사회에 대한 책임, 시대에 대한 책임, 세대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줄 SENIOR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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