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 아침에 눈을 뜨면서 중얼거리는 첫마디는 `나 뭐할까?'이다. 엄마가 아무 반응이 없으면 부엌으로, 거실로 계속 따라 다니다 급기야는 "엄마, DS하면 안되요?*한다. 벌써 DS에 중독된 아이의 첫 하루 일과이다.
아침에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지 않고 벌떡 일어나는 것도, 알고 보면, 학교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DS를 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가지기 시작하면서, 우리 아이도 갖게 된 이 DS가, 이 괴물이 요즘, 엄마와 아이의 제일 큰 언쟁의 원인이 돼 버린 것이다.
처음 구입 했을 시엔 그야말로 약발이 확실했었다. 숙제 다하고 나면, 피아노 연습 다하고 나면, 혼자서 밥 다 먹고 양치질까지 다하고 나면, 이런 저런 조건부가 확실한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밖에 나가 잘 놀려고도 하지 않고, 어쩌다 나갈 때에도 이 괴물 DS는 꼭 챙기려 든다. 아이 얘기로는 놀이터에서나, 학교 가는 길에 친구나 형들을 만나면 십중팔구가 DS와 DS 팩 얘기란다.
우리 아이만 없으면 기 죽을까 싶어 사주기 시작한 Game boy, 친구의 DS를 보고 `나도 갖고 싶다'며 무척이나 부러워하기에, 친구 것 한번 해보고 싶어서 목을 쭉 늘여 뜨려 쳐다보는 모습이 보기에 안타깝고 안스러워 사 준 것이 그만, 엄마와의 언쟁의 괴물이 될 줄이야...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라'던 친구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엄마가 내내 아이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틈만 나면 그 조그만 화면 창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총을 싸대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끝까지 사주지 않고 버티지 못한 나의 의지의 허약함에 절로 한숨이 나올 뿐이다. 팩도 물론 영어 학습과 관련된 것도 있고, 강아지 키우는 프로그램 등, 비 폭력적이고도 교육적인 것들도 있지만, 게임이라는 것이 결국엔 점수에 연연해하고,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으로부터 오는 기쁨이 더 크지 않은가.
어쩌다 아이가 말을 너무 안듣는다던가, 숙제를 제때 안 한다거나 하면 이 엄만 치사한 방법이긴 하지만, DS는 바로 압수된다. 그러면 아이의 입에선 흘러 나오는 말은 반성은 커녕, 도리어 "XX 는 참 좋겠다. 엄마가 맘대로 DS하게 해주시고, DS압수도 안하시고, 새로운 팩나오면 사주시기도 하고... * 이 아이의 머릿속엔 온통 DS. DS. DS.... 뿐이다. 내 눈엔 피아노 연습하는 이유도, 숙제를 스스로 하는 이유도, 누나에게 선뜻 TV 리모콘을 건네주는 이유도 ... 알고 보면, 다 마치고 나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면, 엄마와 거래 할 구실이 생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일 뿐이다.
어떤 이들은 "자기 할일 다하고, DS하는 게 뭐 문제가 되냐?*고 하지만, 이 엄마에겐, 아이의 눈이, 귀가 나빠질까 걱정되고, 몸 자세도 삐뚤어질 것 같고, 밖에 나가 한참 뛰어 놀아야 할 시기에, 기계를 붙들고서, 점수 올리기에 연연해하는, 그야말로 기계의 노예가 되어가는 듯한 모습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DS. Game boy, PSB !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새로운 문화라고는 하지만, 맘 한 구석은 늘 편하지 않다.
지금으로선 우리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좀 더 철들게 되면서, 스스로 자제하는 능력을 길러지질,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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