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산 5백억위안(약 6조5천억원)의 중국 억만장자가 살인교사죄로 지난 17일 사형당했다. 비운의 주인공은 베이징(北京) 젠하오(建昊)그룹의 위안바오징(袁寶璟·40) 회장.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중급법원은 이날 살인을 교사한 위안바오징과 살인을 저지른 친동생 바오치(寶琦), 사촌동생 바오썬(寶森)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확정하고, 이들 3명에게 즉각 독극물 주사로 형을 집행하도록 판결했다. 위안바오징의 유해는 사형집행 직후 화장장으로 넘겨진 뒤 한줌의 재로 변해 가족에게 건네졌다.
이날 재판장이 사형 집행 판결을 내리자 운동복 차림의 위안바오징은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누군가의 비리를 제보하겠다”고 소리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위안바오징은 명문 중국정법대를 나온 은행원 출신으로 1992년 단돈 20만위안으로 사업을 시작, 2년 만에 계열사 60여개를 거느리는 수완을 과시했다. 이어 주식과 채권 투자에 손을 대 96년에 이미 30억위안으로 재산을 불렸다.
호사다마랄까. 그가 불운에 빠진 것은 사업이 한창 잘나가던 96년. 사업 파트너인 류한(劉漢)이 선물시장에서 9천만위안을 날리자 ‘농간을 부렸다’고 믿고, 고향인 랴오양(遼陽)시 경찰관인 왕싱(汪興)에게 16만위안을 주고 ‘잘 처리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왕싱은 류한을 죽이지 못했고, 도리어 이를 빌미로 위안바오징을 줄곧 협박했다. 이를 참다못한 위안바오징은 친동생인 위안바오치에게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고 위안바오치와 사촌동생 위안바오썬은 2003년 10월 엽총으로 왕싱을 살해했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위안바오징은 지난해 10월 사형당할 운명이었으나, 전격적으로 집행이 연기돼 전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는 조건으로 사형을 면했다는 풍문이 나돈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