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인재전쟁(The War for Talent)’ 중이다.
기업간의 인재 쟁탈전이 작은 전쟁이라면 국가간 인재 쟁탈전은 큰 전쟁이다. 지난 60년대가 마케팅전쟁, 80년대가 품질전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인 지금은 ‘인재전쟁의 시대’다.
석유나 천연가스보다도 더 한정된 것이 인재다. 인재전쟁은 특히 상대방의 미래를 뺏는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전쟁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우리보다 한발 앞선 일본은 물론 우리를 바짝 뒤쫓는 중국ㆍ인도 모두가 ‘거대경제 블록의 맹주’를 목표로 치열한 인재확보 전쟁을 펼치고 있다.
서울경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 및 기업 단위로 한치 양보 없이 펼쳐지는 인재유치 정책 및 전략들을 집중 탐색,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인재전쟁에서 마지막 승리의 깃발을 꼽을 수 있는 방안을 시리즈로 모색해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서부의 대표적 명문대학인 UC버클리 정문 앞 인도식당.
12평 남짓한 규모의 이곳은 매년 2~3월이면 중국ㆍ인도 등 아시아계 기업인들과 동양계 학생들간의 취업상담으로 발 디딜 틈도 없다.
이곳에서 만난 린위이민(林玉民) 중커란짼그룹 인사담당자는 “좋은 인재를 만나는 일은 모래밭에서 금을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2003년부터 벌써 3년째 우수대학 졸업예정자를 만나기 위해 UC버클리를 찾고 있다는 그는 “지금이 (인사담당자로서는) 일년 가운데 가장 긴장하는 때”라고 귀띔했다. 린위이민씨는 “중국은 인재들에게 기회의 땅”이라며 “인재유치는 사실 기업보다 국가가 훨씬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세계 IC업계에서는 21세기를 ‘IC시대’로 부르고 있다. 흔히 알고 있듯이 반도체 집적회로(ICㆍintegrated circuit)가 아니라 인도와 중국(India+China)의 고급 두뇌가 세계경제를 호령할 것이라는 의미다.
축소인봉(築巢引鳳). 중국의 인재정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둥지를 만들어 봉황을 끌어들인다’는 뜻은 중국이 세계 최고의 기업환경을 만들어 인재전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말이기도 하다.
99년 주룽지(周鎔基) 당시 총리는 MIT를 방문해 중국 유학생들에게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진다. 중국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그때까지도 중국 학생들은 유학길에 오르면 미국 국적을 취득해 현지에 정착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이렇게 시작된 중국 유학생들의 대륙귀환은 현재까지 대략 18만명. 중국정부는 서부대개발을 위해 앞으로도 20만명을 더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인도 최고의 공과대학 IIT. 이곳에는 매년 1,200만명의 고등학교 졸업생 중 0.0003%의 수재들만 입학한다.
세계적 IT기업들은 IIT 출신 인재 확보에 혈안이다. IBM의 경우 창사 이후 첫 대학연구센터를 IIT에 설립했을 정도다. IIT 출신 수준은 아니라 해도 인도는 넘치는 게 공대생들이다. 1,000여개가 넘는 공대에서 매년 30만명의 엔지니어가 쏟아진다. 일본이 10만, 한국이 6만명의 엔지니어를 배출해 IT산업을 이끌고 있다면 인도는 30만명의 엔지니어로 인해전술을 펼치고 있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수인재는 석유나 천연가스보다도 한정된 자원”이라며 “‘수억명의 고급 노동자, 수천만명의 전문인재, 많은 수의 혁신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후진타오 주석의 말처럼 인재는 더이상 키워지거나 들여오는 수동적인 개념이 아닌 키우고 찾아야 하는 능동적인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