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고 집안에만 있기 무료해서 어느 날 동네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길모퉁이를 도는 순간 어디선가 너무나 향긋한 향기가 풍겨 나와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마땅히 이 꽃이다 싶은 것이 없었다. 몇 번이고 그곳을 지나치면서도 어디서 이렇게 마음까지 향긋해지는 향기가 나오는지 알수 없었는데, 드디어 어느 날 아이들이 담장너머 귀퉁이 보잘 것 없는 나무를 주목하게 되었다.
나무는 아무렇게만 뻗은 나뭇가지에 볼품없는 노란 꽃이 강냉이 알처럼 붙어 있었고, 멀리서 바라본 순간에는 먼지라도 뽀얗게 앉은 양 색깔마저 희노란듯 해 보였다. 그 동안 꽃이 한 두 송이 피어 그날에야 눈에 띄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가까이 다가 갈수록 영혼까지 반하게 할만한 향기는 더욱 짙어지고 멀리서 볼 땐 그저 그렇고 그랬던 꽃 모양마저도 나름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여, 마치 갑자기 아름다운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겨울에 피는 꽃이 이리 향기가 좋은 꽃이 있었던가, 한번도 보지 못했던 꽃이라 이름이라도 알까 싶어 주위에 물어보았지만 내 주변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고, 그저 겨울에 피는 노란 매화가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매화라고 해도 나는 그림에서만 보았던 꽃이라, 향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분홍색 매화는 어쩜 보기에도 너무 아름다워 향기가 없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든다. 무릇 향기가 아름다운 꽃은 볼품이 없고 모양이 아름다운 꽃은 향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사람의 경우에도 외모가 근사하면 내면적인 면이 부족할 때가 많고, 외모가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하는 사람이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외모까지 아름다워 보이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중국에는 향기가 아름다운 꽃들이 특히 많지만 노란매화라고 생각하는 이 꽃은 게다가 추운 겨울에 피어 더 좋은 것 같다.
남들은 모두 춥다고 움츠러드는 시간에 추위를 이겨내고 아름다운 향기를 피워내기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산책을 하다 꽃을 보며 인간사와 닮아 있는 자연의 모습 속에서 새삼 삶의 진리를 느껴본다. 겨울에 피는 꽃, 매화는 그래서 그 아름다움으로 늘 칭송을 받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