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주부터 중국 현지 법인에서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한 소형차 뉴베르나의 중국 이름은 ‘야선터(雅紳特)’다. 베르나의 수출명인 액센트를 발음이 비슷한 한자(漢字)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발음만 비슷한 것이 아니다. 현대차는 “야선터라는 이름에는 ‘곱고 깨끗한 이미지의 특별함’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 차의 이름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를 통해 결정했다.
중국에서 장사를 하려면 이름이 중요하다. 중국인들은 외국어 상표를 그대로 쓰기보다는 원어의 발음과 비슷한 한자어로 바꿔 쓰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에 표의(表意) 문자인 한자의 특성상 글자의 뜻까지 생각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상품이나 브랜드 작명에 고심하는 이유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을 중국에서 투성(途勝)으로 팔고 있다. 원래 발음과 유사한데다 ‘도로의 승리자’라는 뜻도 있어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이전에 단순히 발음만을 고려해 엘란트라(아반떼의 수출명)와 쏘나타를 각각 ‘이란터(伊藍特)’와 ‘쒀나타(索納塔)’로 명명했던 것보다 현지 반응이 좋단다.
기아자동차도 공모를 통해 쎄라토의 중국 이름을 정했다. 쎄라토와 비슷한 발음인 ‘싸이라투(賽拉圖)’라는 이름에는 ‘경쟁을 이끌어간다’는 뜻이 있다. 이 밖에도 기아차는 중형세단 옵티마에 ‘위안젠(遠艦·큰 배)’이라는 이름을, 레저용 차량인 카니발에는 ‘자화(嘉華·아름답고 화려함)’라는 중국식 이름을 따로 만들어 붙였다.
GM대우자동차가 시보레 브랜드로 중국에 수출하는 젠트라(수출명 로버)는 ‘러펑(樂風)’으로, 칼로스(수출명 아베오)는 ‘러청(樂騁)’으로 판매된다. 각각 ‘바람 같은 드라이브를 즐긴다’, ‘여행을 즐긴다’라는 뜻이라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화’ 노력도 비슷하다. 한국의 현대나 기아, 일본의 혼다(本田)나 닛산(日産)처럼 한자 이름이 있는 회사와 달리 한자 이름이 없는 서양 기업들은 아예 브랜드 이름부터 새로 만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번츠(奔馳ㆍ질주하다)’, BMW는 ‘바오마(寶馬·좋은 말)’, 볼보는 ‘푸하오(富豪·부호)’ 등으로 원래 이름과 비슷한 발음에 의미가 담긴 한자를 절묘하게 연결했다.
뜻만을 한자어로 옮긴 브랜드도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영문 제너럴(general)의 뜻을 따 ‘퉁융(通用)’으로, 독일어로 ‘국민차’라는 뜻의 폴크스바겐(Volkswagen)은 ‘다중(大衆)’으로 각각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