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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우리 아이 책가방

[2008-03-18, 22:18:26] 상하이저널
드~륵 드~르륵, 드륵 드륵. 아침 등교 길이나 오후 하교 길이면 늘 귓가에 들리는 이 소린, 다름아닌 초등 2학년인, 우리 아이의 책가방 끄는 소리이다.

책가방 속엔 책이며, 공책이며, 필통, 크레파스, 자, 가위, 풀, 심지어 마실 물 까지 가득 들어있다. 학교에 사물함이 있긴 하지만, 저학년인지라 잘 관리가 안되어 잃어버리기도 하고, 그러다니 또 찾으러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선생님들이 각자 소지품은 각자의 책가방 속에 다 넣어 다니게 하고 바람에 우리 아이들의 책가방은 갈수록 무거워져만 가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엔 더 성가시다. 한 손엔 우산을 들어야 하고, 또 다른 한 손엔 가방을 들어야 한다. 땅이 젖어 있어 끌고 가자니, 가방 속에 있는 책이 젖을 것 같고, 들고 가자니 무겁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쌀 한 가마니 무게가 아닐는지 싶다.

그러나 쌀을 들고 가라 했으면 절대 못할 것을, 아이 가방이라 힘들어도 꾹 참으며 힘들다 흉내도 못 내고 행여나 학교에 지각이라도 할까 봐 마음이 조급해져 발걸음만 더 분주해질 뿐이다.

"혼자 보내면 되지, 뭘 아침마다 가방 들어 주는 쓸데없는 짓을 하냐"고도 하지만, 그래도 학교 가는 길에 교통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길에서 꾸물거리다 지각이라도 하면 어떡하나 불안함 맘에, 같이 가방을 들고 나서게 된다.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머리에 담아야만 왠지 맘이 한결 가벼워진다.

하교 길에 들리는 가방 끄는 소리엔 맘이 무거워진다. '오늘은 또 무슨 숙제가 있나, 혼자서 못해내는 거면 어쩌나' 하는 맘에 살짝 아이에게 물어본다. "오늘 숙제가 뭐니?" 순간, 아이의 대단히 자신에 찬 대답, "쉬운 거 에요, 혼자 할 수 있는 거에요." 정말! 듣고 싶은 답이다. 오늘 저녁은 왠지 즐거워 질 것 같다. TV를 봐도 맘 편할 것 같고, 디저트도 맘껏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늘 이런 날만 있는 건 아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가방을 끌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엄마를 보자마자 서러운 듯 얼굴을 엄마 옷 속에다 묻고 한참을 울기도 한다. 실로 난감하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구나'. '친구들이 놀렸나? 아님, 수업시간에 태도가 안 좋아서, 야단을 맞았나' 온갖 추측들이 머릿 속을 휘젓고 지나간다.

이것도 잠시, 또다시 드~륵 드~르륵 소리를 내며 집으로 향한다. 아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얘길 하느라 잠시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난, 가방 끄는 소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다른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에, 반쯤은 알아듣고 또 반쯤은 못 알아 듣기 일쑤다.

아이는 무거운 가방을 엄마에게 맡겨 버리곤 학교 일은, 엄마를 만난 그 순간으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 이젠 가방이 필요 없는 듯. 하지만, 귀가 길의 엄마의 맘은 바쁘다. 집에 가면, 학교에서 뭘 했는지, 친구들하고는 재미있었는지, 물어보고도 싶고, 오늘은 기분이 왜 이렇게 좋은건지, 왜 이렇게 기가 팍 죽어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싶다. 아이들의 책가방 무게가 결코 마음의 짐으로 남게 되질 않길 바라면서, 내일은 조금이나마 책가방의 무게를 덜 느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요즘, 아이들의 책가방 무게가, 엄마가 책임져야 할 몫으로 되어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친정 아버지는 아이들을 너무 오냐오냐 키운다고 야단치시며 속상해하신다.

하지만 '아버지! 당신도 제가 학교 다닐 때 가방을 들어주신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런 거랍니다. 아이가 메고 가야 할 가방의 무게가 너무 커서, 나눠주고 싶은 것뿐이랍니다. 결코 그 아이를 나약하고 의존적인 아이로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랍니다. 아버지께서 그러하셨듯, 저도 제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있는 거랍니다. 아시죠? 제가 들어주면, 제 맘이 훨씬 더 가벼워진다는 것을…… 아이의 책가방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질 때까진 제가 들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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