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기혼이지만 자유로운 사람?
우스갯 소리로 MBA가 뭐냐고 물으면 Married But Available(기혼이지만 자유로운 사람)이라 답한다. 그럼 EMBA는 뭐냐고 재차 물으면 Evening only(저녁에만 자유롭다) 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MBA와 EMBA의 가장 큰 차이는 휴직을 하고 또는 직장을 그만두고 full time MBA를 할 것인가, 아니면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짬을 내어 학위를 딸 것인가의 선택이다. 약간 잘못 알려진 내용이 EMBA가 온라인 강좌라든가(한국의 사례) 혹은 돈만 주면 쉽게 학위를 따는 최고위과정으로 인식하는 점이다. 하지만 MBA와 EMBA는 기본적으로 교재가 같다. 강사진도 동일하고 다만, EMBA는 MBA의 압축과정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학위 또한 같은 경영학 석사이다.
학비를 보면 EMBA가 MBA의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중국의 경우 MBA가 적게는 10만 RMB에서 많게는 20만 RMB 수준이고, EMBA의 경우 적게는 30만 RMB부터 많게는 40만 RMB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어반이 영어반에 비해 저렴한데, 이유는 영어반의 경우 미국인 교수의 직강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부 과정은 중국어 수업과 영어 수업을 적절히 혼용한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누가 MBA를 하고 누가 EMBA를 하는가? MBA를 한다는 것이 수업 만이라면 너무 비싼 감이 있다. 정작 학비의 가치는 이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있다. 네트워킹이야 비즈니스를 통해서도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사업장을 떠나 교실에서 맺어지는 끈끈한 우정은 이후 평생을 갈 수 있는 진정한 꽌시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MBA의 교실을 들여다보면 일단 젊고 활기차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직장 경험도 없이 대학 졸업 이후 곧바로 MBA에 들어온 새싹부터 교수님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아저씨 부류까지 있다. 평균적인 사람을 묘사한다면 기업의 경리급(과장급) 이면서 직장경험 3년에서 5년차 정도의 사람들이다. 나이로 보자면 30대 초 정도이고,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미완의 대기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입학 시험도 까다로운 편이고 경쟁이 치열하다.
EMBA교실은 약간의 중후함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머리가 희끗한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내로라하는 중견 기업의 디렉터급 이상이거나 자영업으로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평균 나이는 영어반의 경우 약 38세, 중국어반의 경우 40대초 정도이다. 회사에서 수업료를 지원받는 사람이 절반 정도이고 스스로 비싼 학비를 내고 온 사람도 절반에 달한다. 진짜 친하게 지내야 할 사람이 바로 후자이다.
흔히들 정부쪽 꽌시를 원하면 북경으로, 순수하게 사업쪽 꽌시를 원한다면 상해에서 MBA를 하라고 조언한다. 칭화대, 북경대로 이어지는 꽌시 군단에는 국영기업과 정부쪽 인사가 특히 많다. 복단대, 교통대, CEIBS 같은 국제화된 프로그램은 향후 사업의 동반자를 찾기에 적합하다.
MBA냐 EMBA냐 선택을 할 때는, 일단 본인이 어떠한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비춰보고, 수업 내용 외에 부가적으로 얻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지를 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MBA를 통해 무한경쟁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 되시길 바란다.
▷신동원 (다음차이나 대표) hogenh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