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상하이를 한마디로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않고 바로 '상하이는 공사 중'이라고 대답할것이다.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엑스포를 개최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건물을 올리고, 도로를 공사하고, 지하철을 만들고, 고가도로를 건설하기위해 여기저기 파헤치고 길을 가로막고 공사를 하는통에 길도 많이 막히고 걸어다니는것도 불편하지만, 완성된후의 빌딩을 보며 느끼는 놀라움과 완성된 새 길을 달리는 즐거움은 각별하다.
시원하게 뚫린 길에 어울리게(?) 수입된 갖가지 외제차나, 중국에서 조립된 세계각국의 차들이 달리는 모습은 국제 도시 상하이의 면모를 보여주는듯 하다. 그러나 앞에서 달리던 수입차의 차창이 내려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도로에 재떨이를 비워내는 모습이며, 인적 드문 고급 주택 외벽에 흉터처럼 얼룩져있는 노상방뇨의 흔적을 볼 때 또는 근사한 차림의 젊은 아이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아무렇지 않게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중국은 아직 멀었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입을 삐죽이고 눈을 흘기며 중국인들의 흉을 보다가도 흠칫 놀라 입을 다물게 되는것은 왜일까? "여기는 중국이니까"하면서 거리낌없이 했던 행동들 하나하나가 떠오른탓일거다. 엄연히 신호등이 있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건너니까 나도 슬쩍 끼어서 길을 건넌 기억, 과자 봉투를 아무렇지 않게 길에 버리는 아이들의 모습, 남경 명효릉 꼭대기에서 발견한 부끄러운 한글낙서……. 일일이 열거하려니 한꺼번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모습들 때문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무엇보다 섬뜩한 것은 우리의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따라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그 만큼 두려운 말이다. 겨울방학에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에 갔다가 변화된 서울의 모습에 많이 놀라고, 그 변화에 맞게 더욱 성숙해진 시민의식에 한번 더 놀랐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도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쓰레기는 보이지 않았고, 세명 이상만 되면 자연스럽게 줄을 서는 환경에서 우리아이들이 당연한듯 따라 하는 모습을 보았다.
지금 상하이에 살고 있는 우리도 서울에 가면 공중 도덕을 지키고, 질서를 지킬텐데, 같은 사람이 왜 상하이에 오면 행동이 달라지는걸까? '다른 사람도 다 그러는데, 나 하나쯤이야 뭘'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중국인들을 통해서 선진 시민의식을 보려고 하지말고, 작지만 내 행동 하나가 선진 시민의식의 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생활을 하면 좋겠다. 내가 중국인에게 공중도덕, 질서를 가르친다는 거창한 생각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 실천해서 몸에 배게 하고, 그걸 내 아이들이 따라하고 그렇게 해서 내 주변부터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면 멋진 일이 아닌가?
상하이는 오늘도 공사중이다. 더 높은 빌딩이 많아질테고, 더 넓은 길이 뚫릴것이고, 더 쾌적한 환경으로 변모할 것이다. 세계속의 도시 상하이의 모습에 걸맞는 선진 시민의식을 기대하면서, 그 시작이 여기 살고 있는 우리 교민으로부터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푸둥 연두엄마 (sjkwon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