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취업(H―2) 비자 제도가 도입된 뒤 취업활동이 자유로워져 일이 힘들면 곧장 직장을 옮기는 조선족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한국의 경기 부진으로 일자리 증가세가 주춤하자 조선족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말까지 H-2 비자를 발급받은 해외동포는 28만 241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H-2 비자를 발급받고 한국에 입국한 조선족은 14만 4088명이었다. 1개월 평균 1만 2천여명이 한국에 입국한 셈이다.
5년간 유효한 H-2 비자를 받은 조선족은 3년까지 한국에서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다. H-2 비자 발급 중 98.6%가 중국조선족이다.
조호진 중국조선족의 집 상담소장은 “요즘은 조선족끼리도 일자리 경쟁이 심하다”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가면 한국 내 노동공급이 늘고 인력이 부족한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돼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음식점 등 일부 서비스 업종에서는 고용시장의 주력이 조선족에게로 넘어갔고 한국인과 조선족간 이중 임금체계가 무너지면서 임금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06년 한국의 외국인 특례고용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식점에서 일하는 조선족의 임금은 내국인의 93%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일자리 잠식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2개월 연속 일자리 증가폭이 20만 명을 밑돌았다. 한국개발연구원 유경준 재정성과평가실장은 “경제성장을 감안하면 일자리가 23만~24만개 정도 늘어났어야 한다. 1년내 한국에 입국한 14만여 명의 조선족이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탓에 일자리 증가세가 더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