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벌써 상하이 생활 5년째다. 그 동안 낯선 타국 땅에서 살다 보니 습관이나 문화가 달라 힘든 일이 많았지만 나는 특히 날씨 때문에 힘들었다.
상하이에 처음 온 해, 상하이의 겨울은 4월초까지 이어지고 겨울이 지났나 싶자 마구 다가온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운가, 에어컨 없이는 한시도 견딜 수 없는 무시무시한 여름을 겨우 견디고 맞은 가을은 또 그렇게 낙엽 하나 없이 지나고 또 다시 긴 겨울이 다가왔다. 이렇게 일년 사계절을 상하이에서 지니고 나니 상하이 날씨에 대해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지내기를 몇 해, 어느 가을날 우연히 홍차오 동물원에 갔다가 거기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가을을 발견하고 저절로 탄성을 자아냈다. 가지를 치지 않은 플라타나스가 호숫가에 가지를 늘어뜨린채 가을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도 한 두 그루가 아니고 수 십 그루가 줄을 지어 늘어서서 바람에 한들한들 낙엽을 떨어뜨리는 모습은 이곳이 정녕 상하이일까 의구심이 일 지경이었다. 너무 놀랍고 멋져서 한참동안이나 그곳을 배회하며 산책을 했다. 플라타나스가 이렇게 멋있다니 혼잣말을 중얼거리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가을을 상하이에서 찾은 후 행여 봄도 다른 곳에 숨어있지 않을까 열심히 찾아보지만 아직까지도 상하이에서 봄을 느낄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식물원이나 꽃시장에 가면 꽃구경은 하지만 봄을 느낄 수는 없다. 거리에도 목련이며 박태기 같은 봄꽃은 피지만 그저 꽃일뿐 봄을 느끼기엔 많이 부족하다. ‘사람이라면 봄엔 봄꽃도 보고 봄나물도 먹어야 하고, 가을이면 낙엽도 보면서 살아야 사는 것 같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니 문득 동물원에 가 보고 싶어진다. 혹시 봄도 그 안에 몰래 숨겨놓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말이다. 잊어버리고 살았던 가을을 찾고 난 이후엔 봄을 찾고 싶은 마음이 점점 강해지고, 상하이의 봄이 어딘가에 있는데 내가 모르고 못 찾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아직까지도 봄을 찾진 못했지만 아주 가까운 곳에서 길모퉁이 어딘가에서 모른체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나는 아직도 봄을 찾아 헤매고 있다. 바람도 쌩쌩 불고 실내에 스산함만 이는 봄날인가 겨울날인가 하는 날에 말이다.
▷최연수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