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땀 흘리고 햇빛 즐겨야 ‘건강’, ‘성장’ 챙길 수 있어 날씨가 더워지면 아이들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진다. 체질적으로 열과 땀이 많은 아이들은 어른보다 금방 지치고 기운이 달리기 쉽다. 만약,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식욕을 잃거나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리며 힘들어 한다면 혹시 더위를 먹은 게 아닐까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여름에 입맛을 잃으면서 머리가 자주 아프고,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걸음이 무겁고, 먹는 것도 물만 들이키며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를 가리켜 ‘더위병’ ‘주하병’에 걸렸다고 말한다. 더위병은 여름철 왕성한 신진대사로 인해 열량 소모가 많아져 상대적으로 기운이 떨어지는 ‘기허(氣虛)’와 땀을 많이 흘려서 진액이 부족해지는 ‘음허(陰虛)’로 인해 생길 수 있다.
여름철 활동이 왕성해야 아이가 잘 자란다?
여름이 지닌 기운을 살펴보면 나무의 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꽃이 활짝 피는 등 온통 밖으로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한의학에서 여름에는 밖으로 무성하게 기운을 펼치고, 가을, 겨울에는 오장육부를 단단하게 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의 키가 자라고 내실도 다져진다고 본다.
여름철 밝은 햇빛 아래서 흙을 만지면서 뛰노는 아이가 쑥쑥 자라고, 실제로 아이들은 4~7월에 키가 가장 많이 자란다. 따라서 아이가 여름철 무더위에 지치면 기운이 달려 활동량이 줄며, 이런 경우 가을, 겨울에 다질 내실의 기운을 만들지 못해 올바른 성장이 더뎌지는 것이다.
일단 아이가 더위에 지치면 기운이 없고 입맛도 잃게 되며, 특히 성장이 이뤄지는 밤 시간에 숙면을 취하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경우 아이의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면서 여름감기, 냉방병 등에 쉽게 노출되어 건강을 잃게 된다.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지혜롭게 다스리면서 긴 안목으로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는 건강 생활법을 알아보자.
▲ 당당하게 햇빛을 즐겨라=햇볕을 쬐어야 비타민 D합성이 원활해지며 이는 칼슘의 흡수를 도와 아이의 근골을 튼튼하게 해준다. 밝은 태양 아래 흙을 만지고 노는 사이 아이는 쑥쑥 자란다. 날이 지나치게 더워서 외출이 꺼려진다면 창문을 활짝 열어 햇빛을 집안 가득 들도록 한다.
▲ 따뜻한 음식으로 속을 덥혀라=여름에는 몸의 기운이 피부 쪽에 몰려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속이 찬 경우가 많다. 특히 장부의 기능이 약한 아이들에게 찬 음식은 위장에 부담이 되므로 적당히 땀을 낼 수 있는 따뜻한 음식을 준비한다. 황기를 넣은 삼계탕이나 오리탕 등은 여름철 아이의 기력을 보해주는 대표 보양식이다.
▲ 적당히 땀을 흘리게 하라=동의보감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적당히 땀을 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적당히 흘리는 땀은 기혈의 순환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수영이나 간단한 체조처럼 아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으로 땀 배출은 물론 몸의 면역력도 키워준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소금물이나 꿀물을 먹인다.
▲ 냉방기 사용도 주의하라=더위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자칫 냉방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냉방기기 사용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에어컨 보다는 선풍기를 사용하고, 실내외 온도차가 5도를 넘지 않도록 주의하며, 1시간에 한 번씩은 창을 열어 환기시킨다. 자동차에서도 에어컨 사용은 가급적 자제하고 자연바람을 쐬도록 한다.
▲ 여름철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여라=여름의 뜨거운 기운을 이기지 못하면 여름에 자라지 못하는 것이 식물의 속성. 제철 과일과 야채를 주어 수분 공급은 물론 더위에 지친 아이의 기운을 돋운다. 아이가 땀을 많이 흘렸을 땐 수박, 참외, 포도, 멜론 등을 먹이면 좋다. 평소 설사가 잦은 아이라면 잘 익은 토마토, 복숭아, 바나나 등을 먹인다.
▲ 더위를 이기는 한방음식을 먹여라=아이가 기운이 없고 소화가 안 될 때는 마죽을 먹인다. 증상이 심할 때는 세 끼를 먹이고 약할 때는 한 끼를 먹이되, 일주일 이상 계속해서 먹이지는 않도록 한다. 땀을 많이 흘리면서 기운이 없을 때에는 대추죽을 먹여도 좋다. 더위 때문에 입맛이 떨어졌을 때 구기자차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
▷최현(푸둥 함소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