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중국 생산라인 ‘빨간불’
지난해 중국경제는 GDP 2조3000억 달러로 전년대비 9.9% 성장하며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외환보유고도 지난 2월말 기준 8537억 달러로, 일본의 8517억 달러를 앞질러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이 언젠가 멈추고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중국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다가올 위기를 무난하게 넘길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산업의 추가 투자를 억제할 것으로 보여 국내 자동차업계의 대중국 투자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정부 자동차산업 과잉생산 인정 = 중국 국무원은 26일 ‘과잉생산산업 구조조정 추진강화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면서 중국 내 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현상을 처음으로 인정하며 이를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원은 ‘통지’에서 “맹목적인 투자로 인한 생산능력과잉이 현재 중국경제운용에 돌발적인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며 “자동차·제철 등 산업이 명확하게 과잉 생산현상을 보이고 있음에도 일부 지방과 기업에서는 여전히 이 분야에 대한 신규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구조개혁에 강도 높은 실행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과잉생산현상이 경제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경제정책을 좌초시킬 수 있을 만큼 폭발성을 갖고 있고 △과잉생산업종이 주로 자원을 많이 소비하고 있어 자원절약을 주요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현 중국정부의 의지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중국 <추톈진바오(초천금보)>는 27일 시난증권 자동차업종 애널리스트 둥젠화의 말을 인용해 “2002년부터 자동차시장이 급격히 팽창하자 자동차산업의 생산능력 확장이 일어났고 이러한 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중국 자동차산업의 생산능력은 3~5년을 앞서 있다”며 “자동차산업 투자주기를 고려할 때 생산능력의 과잉은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 명확한 문제가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생산은 800만대, 판매는 570만대 =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생산은 800만대, 판매는 570만대로 240만대의 과잉생산이 발생했지만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 준비 중인 생산라인은 1000만대에 달할 정도로 투자가 활발하다.
중국에서는 2002~2004년 자동차와 주택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생겨났지만 급속히 소비심리가 위축된 후 아직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자동차 생산과잉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국무원은 ‘통지’에서 신규투자를 억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생산중인 자동차기업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대신 신규기업의 시장진입이나 새로운 투자항목을 막겠다는 것이다.
국무원은 또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예정인 투자항목도 국가규획, 사업정책, 토지제공정책, 환경보호, 안전생산 등 시장 진입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건설을 중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생산중인 기업도 지역을 이전할 경우 반드시 판매량이 허가된 생산량의 80% 이상이 돼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중국 중산층의 자동차수요가 현 생산량을 초과할 때까지 신규투자를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대차, 시장점유율 3위 진입이 목표 = 문제는 중국 정부의 과잉생산대책이 우리나라 대표적 자동차메이커인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생산라인 추가 확보에 ‘빨간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22일 중국방문을 계기로 베이징현대 제2공장 설립방안을 점검하고 착공일정을 확정할 수 있도록 독려했으며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 대로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건설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2002년말부터 생산을 시작한 베이징현대는 2003년 현지에서 5만2128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3위를 기록했으나 2004년에는 14만4090대로 5위, 지난해에는 23만3668대를 팔아 4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28.4% 늘어난 30만대를 판매해 3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중국 내 자동차소비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후에도 눈부신 성장을 보여 생산설비만 뒷받침된다면 판매량을 꾸준히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왔다. 총수가 직접 현장에 날아가 공장건설을 독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추가 생산설비 억제’라는 칼을 뽑아 든 이상 베이징현대 제2공장 건설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현대측은 이르면 다음달 중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발전개혁위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시점에 중국 정부가 공장허가를 내놓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자동차추가생산 억제대책이 외국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을 묶어두고 자체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어 베이징현대의 성장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