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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술칼럼> 전족(缠足)을 풀어라

[2008-09-01, 20:05:00] 상하이저널
지금은 여성운동에 의해 거의 소멸되었으나 오대(五代)나 북송 때 시작된 중국인들의 독특한 풍습으로 전족이라는 것이 있었다. 전족은 여성의 발을 억지로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여자 아이가 보통 3∼6세에 이르게 되면 가로 10cm, 세로 2∼2.5m의 헝겊을 발에 동여매고 엄지발가락 이외의 발가락을 발바닥 방향으로 접어 넣듯 묶은 뒤 조그만 신에 고정시켜 기형의 발을 만드는 것으로 모양에 따라서 봄 죽순(春笋), 연꽃잎(金莲)으로 불리었다. 이런 전족으로 인해 여인들은 발이 자라지 못해 심한 고통을 겪었으나 남성들은 여성의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과 오그라든 발을 보고 비정상적인 쾌락을 즐겼다고 한다.
이번 호에서는 중국 부동산에 싸여진 전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인정승천(人定胜天)

인정승천이란 ‘사람이 노력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다’는 뜻으로 마오쩌둥이 샨샤(三峡)댐 공정을 독려할 때 발언한 문구로 유명하다. 이러한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은 옛날부터 자연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고치고 만들려는 버릇이 몸에 배어있다. 작게는 금붕어가 특이할수록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자 품종을 개량하여 기형 금붕어를 개발하였고 크게는 2000년 동안 담을 쌓아 만리장성을 만들었고 총 길이 1764km의 대운하(大运河), 샨샤댐, 서기동수(西气东输), 남수북조(南水北调) 등의 공정은 자연을 이기려는 중국의 도전정신을 엿 볼 수 있는 공정들이다.

하지만 하늘을 이기려는 인정승천의 정신은 인재(人灾)라는 심한 부작용도 수반하게 되었다. 황하의 물은 나날이 말라가고 수질도 최악으로 변하였고 6000km나 되는 장강 역시 70%가량 썩었다고 하는데 특히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인공저수지인 샨샤댐이 완공됨으로써 가져올 상상도 못할 자연재해에 대해 영국BBC가 보도하자 전 세계인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의 중국부동산도 샨샤댐과 마찬가지다. 거대한 중국부동산 시장을 자연스런 경제 흐름에 맡겨 두지 않고 부동산정책이라는 틀에 가두어 두었는데 언제 어디서 틀이 무너질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얼마전부터 부동산 정책의 역기능의 이상 징후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 광둥성 선전의 경우 최고 36%나 주택 가격이 폭락 하였는데 이로 인해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후 이에 따른 파장이 은행에까지 전가되어 주택대출 상환불능 금액이 1천억위엔이 넘었다고 한다. 분양시장도 된서리를 맞고 있어 개발상은 신규개발은 전면휴업 중이고 잔여물량을 털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중소도시에 비해 그나마 나은편이지만 가격만 있고 거래가 없는 시장이 된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4년 전부터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최근 들어 증권시장까지 하락세를 이어가자 민심이 동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고로 민심은 천심이라 하였다. 인정승천이란 하늘을 이기려는 마음이 민심을 이기려 한다는 의미는 아니길 바란다.


전족을 풀어라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서 중국의 몸에 맞는 자본주의를 입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옷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라는 몸에 맞는 옷을 원하는 것인데 애석하게 중국에 꼭 맞는 옷이 없어 스스로 옷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정책화하여 나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곳저곳의 경제질서를 손질하다보니 중국경제의 발과 같은 부동산을 너무 죄어서 마치 전족한 여인처럼 제대로 걷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실정이다.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을 통해 부동산가격은 잡을 수 있었으나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이제껏 올림픽 때문에 아픈 발을 참고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발을 좀 편하게 풀어주어야 할 시기이다. 발이 편해야 마음이 편하고 마음이 편해야 일이 잘된다는 광고 카피도 있지 않은가?

중국부동산에 감겨진 전족과 같은 규제를 풀고 부양책을 써 센티멘탈을 끌어 올려서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중국경제도 올림픽 벨리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 이후에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를 우려해 새로운 대출규제정책을 발표하였다. 기존의 부동산 규제정책들로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집값이 떨어지고 거래량이 줄어드니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커져서 정책을 위한 정책을 또 내놓은 것이다. 건강한 시장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적당한 규제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을 위한 정책이 자꾸 생겨난다면 역효과가 생기기 마련이다.

건강한 부동산시장은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장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경제상황에 맡겨 두면서 거시적인 안목으로 정책의 물길을 이끌어주는 데서 만들어진다.

공인중개사 / 김형술
sulsul2002@yahoo.co.kr
서울에서 4년간 부동산 회사를 다니던 중 한국에는 ‘자수성가란 말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홀홀단신으로 2002년 상하이에 입성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부동산중개, 분양대행, 컨설팅회사를 설립 지금은 부동산 개발/PM회사를 경영하며 틈틈이 기업체와 학교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부동산과 관련하여 한국 공중파 3사와 상하이 부동산방송의 인터뷰가 있으며 上海电视台의 시사프로인 ‘深度105’에 출연한바 있다. WeChat: hanguoshushu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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