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춘절(春节), 단오(端午), 청명(清明) 등과 함께 중국의 4대 전통 명절이다.
중국에서 추석을 뜻하는 ‘중추(中秋)’라는 단어는 일찍 한대 이전의 문헌인 저우리(周礼)에 처음으로 등장했고 당나라 초기에 명절로 정해졌으며 송대 때 성행했다.
추석은 음력 8월15일로, 가을의 중턱에 와 있다는 뜻으로 중추(中秋)라 불린다. 이밖에 가을의 명절이라고 해서 ‘추지에(秋节)’, 8월이기 때문에 ‘바위에지에(八月节)’, 온 가족이 단란하게 한자리에 모이기를 기원하며 ‘투안위엔지에(团圆节)’라고도 한다. 또, 이때는 밝은 ‘달’을 둘러싼 행사가 진행되므로 ‘위에지에(月节)’, ‘위에시(月夕)’ 등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중국은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추석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
♣달나라로 간 상아
가장 널리, 많이 전해진 전설 중 하나이다. 옛날 태양 10형제가 있었는데, 날마다 윤번으로 뜨는데 싫증을 느끼고 그만 동시에 하늘에 떠서 곡식을 태우고 땅을 갈라터지게 만들었다. 이때 후이(后羿)라는 명사수가 나타나 활로 9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렸고 서왕모는 후이에게 불사약을 내린다.
그 후 후이는 예쁜 상아(嫦娥)를 아내로 맞아 행복하게 살았으며 아내에게 불사약을 맡겨두었다. 그런데 흑심을 품은 후이의 제자가 불사약을 뺏으려 하므로 다급해진 상아가 그만 꿀꺽 삼키고 말았다. 약을 삼킨 상아는 몸이 가벼워져서 훨훨 날아 달나라로 올라가고 인간세상에 혼자 남은 후이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달에 제를 지냈는데 그것이 추석이라고 전해진다.
♣계수나무를 찍는 우강
추석에 휘영청 밝은 달을 쳐다보면 검은 그림자가 보이는데 그것은 계수나무를 베고 있는 우강(吴刚)의 모습이라고 한다. 달 속의 계수나무는 500장(1665m)이나 되는 거대한 나무로, 아무리 베어도 상처가 저절로 낫는 기이한 기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나무꾼이었던 우강은 선도(仙道)에 심취해 신선이 되고자 했으나 배움에 전념하지 않았다. 이에 노한 천제는 우강에게 월궁의 계수나무를 베도록 명하고 ‘계수나무가 넘어가면 신선의 도를 얻으리라’고 말했다. 우강은 도끼를 휘둘렀으나 나무에 상처 하나 낼 수가 없었고, 오늘까지도 그 나무를 베고 있다고 전해진다.
어느날, 신선 3명이 늙고 허기진 모습으로 토끼, 여우, 원숭이 앞에 나타나 먹을 것을 요구했다. 여우와 원숭이는 먹을 것을 내줬으나 토끼만은 줄 것이 없어 고민하던 중 “저를 잡아 드세요”하며 불 속으로 뛰어 들었다. 이에 크게 감동한 신선들이 토끼를 월궁으로 보내 그곳에서 살게 했다는 전설이다.
♣당현종이 월궁을 노닐다
당조때 가장 전기적인 것이 바로 ‘당현종이 밤에 월궁을 노닐다’는 전설이다. 어느 추석, 당현종이 천사(天师, 득도한 사람), 도사 훙두(鸿都)와 함께 달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월궁을 거닐고 싶다는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게 된다.
천사가 도술을 쓰자 세 사람은 구름을 타고 월궁 밖에 이르렀는데 경비가 삼엄해서 들어갈 수는 없고 밖에서 서성이며 장안성을 굽어보고 있었다. 이때 월궁에서 상아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선궁의 소리에 매료된 당현종은 연신 감탄하며 그 선율을 기억해두었다. 장안성으로 돌아온 당현종은 기억하고 있던 천상음으로 곡을 짓고 춤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니상위이취(霓裳羽衣曲)’이다.
♣추석 월병의 유래
월병은 가족이 둥그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단원(团圆)의 상징이기도 하고 추석에 달이나 토지신에 제사 지낼 때 사용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추석에 월병을 먹는 풍습은 원(元)나라 말기에 시작된 것이다.
당시 원나라의 가혹 통치를 참을 수 없었던 농민들은 봉기를 획책하게 되었는데 봉기소식을 전달할 방법이 없어 고민 중이었다. 그러다가 번쩍하고 묘책이 떠올라 돌림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추석에 월병을 먹어야 한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사람들이 월병을 잘라보니 그 속에 쪽지가 들어있었고 음력 8월15일이 되자 일제히 봉기에 참가해 원나라를 멸망시켰다고 한다.
또 일설로, 당나라 양귀비가 조공으로 바쳐진 떡이 밝은 보름달을 닮았다고 해서 ‘월병’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말도 있다.
♣추석 풍습
예전에는 달에 제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고 또 이로부터 달구경, 달놀이가 기원했다.
당나라 때는 추석 달놀이가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를 읊으며 달놀이를 즐겼다. 송대에는 달놀이를 위주로 한 민속명절풍습이 점차 형성돼 정식으로 추석명절로 자리잡게 됐다. 추석 놀이로는 달구경 외에 또 꽃등 놀이가 있는데 요즘에도 추석이면 정월 대보름만큼의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꽃등놀이를 즐기고 있다.
특히 토끼모양의 투짜이떵(兔仔灯)은 월궁의 토끼를 연상시켜 추석의 명절 분위기를 더해 준다. 홍콩에서는 100년 넘게 전해 내려오는 전통놀이 용춤(舞火龙)으로 추석을 맞는다. 수십미터나 되는 거대한 용의 몸통에 수많은 향을 꽂고 연출되는 용춤은 아름답고 환상적이어서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다.
퉁뤄완(铜锣湾)에서 진행되는 용춤놀이는 추석 전날 밤부터 시작돼 3일동안 성대한 행사가 이어진다.
▷박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