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 사는 사람이라면 ‘新天地’라는 곳을 한 번쯤은 가보았을 것이다. 유럽풍의 술집, 음식점, 까페들이 즐비하게 모여 있는 곳... 내가 처음 그곳을 갔던 날의 일이다.
어떤 중국인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았는데 그곳에서 남편이 아는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약간의 비가 오는 금요일 밤이었고 두 부부는 의기 투합하여 ‘신천지에 가서 술이나 한잔 더 하시죠?’하게 되었다.
우리가 들어간 술집은 비가 오는 대도 불구하고 예약석이 대부분이었고 빈 테이블이 몇 개 없었다. 종업원은 4인용에 앉으라고 했으나 라이브 무대가 잘 보이고 대형 스크린도 정면에 있는 육인용 탁자가 유독 마음에 들었다. 밀고 당기고의 실랑이 끝에 ‘나중에 합석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자리를 잡았다.
아래층에는 가수들이 나와서 팝송과 중국 노래를 번갈아 불렀고, 분위기와 칵테일에 취해서 우리도 한창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늘씬한 중국아가씨 두 명이 종업원의 안내로 우리 자리로 왔다. 합석이다. 그녀들은 낯선 외국인과 섞여 앉았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맥주를 시키고 노래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 여자들만 없었으면 이건 완전히 부킹이네! 남자들한테 미안해서 어쩌나?”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금 있으니 서양 연인 한 쌍이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이었다. 또 합석이다. 우리는 자리를 좁혀 앉아야 했다. 연인들은 머리도 만져주고, 지갑을 꺼내 킬킬거리며 이마를 맞대고 웃기도 하고 우리들이 흔히 보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한 테이블에 옹기종기 세 팀이 앉아서 각각 다른 언어와 화제로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셔야 했다.
뒤에 나타난 두 팀은 너무나 자연스러운데 우리 네 사람만 어색해지고 옆 사람 훔쳐보기에 바빴다. 대화가 끊기고 두리번거리며 집중하지 못하다가 결국은 우리가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부럽지 않은 넓은 땅덩어리를 두고 웬 합석? 그들의 실리적인 면에 놀라면서 한국사람들의 낯가림이 심하다고 하더니 진짜 그런가 싶었다. 어쨌든 ‘합석 문화’는 나에겐 아직 낯설기만 하다. 요즘도 한국에서 손님이 오시면 나는 또 그곳을 간다. 아무리 좋은 자리라도 합석자리는 절대로 사양하면서.
*포동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