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국경절 장기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2일 아침 늘어지게 늦잠을 청하고 침자국이 선명한 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방문을 나선 나에게 형부가 던진 첫 마디는 “처제! 충격적 속보”였다. 그 충격적 속보란 바로 국민배우 최진실의 자살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른 생각은 ‘그럼 그 사채설이 사실?’이란 것이었다.
한국 인터넷 뉴스를 통해 故안재환 자살 사건 이후 퍼진 ‘최진실 25억 사채설’ 루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진실이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로 추정된 것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이 루머가 마치 사실인 양 인터넷상에서 거론되어 지는 것에 대해 고인이 생전에 큰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다.
최진실의 자살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진실법’으로 불리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 여부, 연예인 및 일반인의 자살 도미노 현상 등으로 인해 여론은 여전히 시끄럽고 이를 전해 듣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참 착잡하다.
듣자니 3일과 6일 사이 각각 트렌스젠더 연예인과 커밍아웃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는 한 모델이 자살하였는데 이들 역시 사회의 편견과 더불어 악플로 의해 생전 큰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고인이 된 이들의 뉴스에도 악플을 다는 네티즌이 있다니 이들의 몰지각함과 비인간성에 같은 인간으로써 비애마저 느껴진다. 동시에 ‘사이버 모욕죄’가 더 힘을 받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4천900만 한국인 가운데 이 법으로 인해 보호를 받게 될 사람과 처벌을 당하는 사람의 수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고, 위법에 해당하는 모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모호하며, 가장 주요하게는 이 법의 신설로 실질적이고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는 계층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마저 침해당할까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일반 국민의 인권과 자유 그리고 권력층의 인권과 자유가 완전히 평등한 나라인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사이버 모욕죄’는 언론 통제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유산균 배양이 더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성숙하고 교양있는 인터넷 문화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내가 익명으로 올린 근거없는 비방과 매도, 무분별한 퍼나르기, 욕설이 또 다른 익명의 누군가를 향했고, 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경찰서에서 맞닥뜨린 사람이 나의 가족이라는 상상을 해보라, 상상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나를 포함한 네티즌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한주연(jooyeon77@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