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차 상하이를 찾은 윤무부 교수와 숭명도로 탐조여행을 떠나는 날은 봄기운이 완연한 화창한 날이었다. 버스와 쾌속선을 번갈아 타고 철새도래지 동탄에 도착하니 생태보호구역답게 사방이 갈대로 뒤덮인 습지는 보는 사람의 감탄을 부른다.
막상 도착한 동탄은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철새도래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새는 보이지 않고 새 대신 갈대숲을 어슬렁거리는 물소 관람에 지쳐 갈 즈음 새벽 탐조 나갔던 윤무부 교수를 만나 갈대 습지 앞에서 강의를 들었다.
우리가 흔히 키우는 오리의 조상이 청둥오리라는 설명에서부터 습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철새와 철새의 먹이 등등 아이처럼 천진하게 철새 강의를 하는 모습이 너무 순박하고 재미있다. 새벽녘 철새 탐조 나가 온몸에 뻘까지 묻히고 강의를 하는 모습이 갈대 숲과 어울려 자연의 한 풍경처럼 다가온다.
숭명도 철새 안내를 자청한 화동사대 당사인 교수의 친절한 설명까지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숭명도를 지나는 철새는 한해 30~50여 1만마리 정도이며 숭명도는 텃새보다 나그네새가 많다는 것이다. 본디 새는 귀가 밝아 사람들이 조잘대는 소리에도 2킬로미터나 날아가 버릴 뿐만 아니라 그 후로도 그 장소에는 다시는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새탐사에 나서니 이게 웬걸, 아까는 한 마리도 보기 힘들던 새들이 새박사가 왔다고 그러나 떼를 지어 날아다니기까지 한다. 세계의 희귀종으로 일반인은 평생 한번 볼까 말까 한 천연기념물 저어새를 40마리나 떼를 지어 쉬고 있는 모습을 망원경으로 보노라니 '한국과 중국의 유명한 새박사님들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새를 관찰할 수 있는 경험을 내 생애 또 언제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조그만 피리를 불어 새를 잡는 중국의 인간 무형문화재의 새소리 시범에 새 소리를 흉내 낼 때 마다 "진짜로 똑같다"며 새박사님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우리가 듣기엔 그 소리가 그 소리이건만 새박사님은 괜히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온 종일 온몸 가득 봄 햇살과 함께 새들의 한가로움까지 가득 채우고 상하이로 돌아오는 길, 어른 아이 모두 자연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득 품게 된다.
▷나영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