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기업 '흔들'
상하이 외자은행과 외자기업들의 몸사리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올해 미국발 금융위기, 유가, 환율 등 대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와 고용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등 '방어 경영'에 치중하고 있다고 劳动报 14일 보도했다.
중국 내 외자은행들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지 않았고 경영상황도 양호하지만 모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함께 환난기를 겪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SCB) 투자부문 고위관계자는 "회사에서 직원들의 휴식을 종용할 만큼 상황이 나쁘다. 일부 은행은 내년에 예산을 삭감하거나 실적이 낮은 부문은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상하이 소재 세계 500대 외자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500대 기업들 중 많은 기업들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지역의 투자와 고용을 잠정 중단하고 있다.
상하이 재경대학 천신캉(陈信康) 교수는 "다국적기업들이 해외지사의 자원을 이용해 본사의 위기를 구제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자기업들의 관망세는 지속될 것이며 투자와 고용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 분석했다.
상하이 대외경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올 1-8월까지 상하이시가 체결한 외국인직접투자계약 건수는 2천497건으로 동기대비 6.2% 줄었다. 하지만 계약액은 113억9천200억달러로 22.1%나 증가했다. 이는 중국투자 외자기업 수는 줄었고, 자금상황이 좋은 대기업들은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했지만 중소 외자기업들은 투자계획을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수출기업들은 상황이 더 나쁘다. 중국 장난감 수출업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위엔화 강세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라 수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문을 닫고 있다. 14일 중국 세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체 장난감 수출업체의 52.7%를 차지하는 3천631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올해 1-8월 장난감 수출액은 352억9천만 위엔(51억7천만 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늘어나는데 그쳤다. 증가율면에선 전년 동기에 비해 21.8%나 줄어든 것이다. 일전에 저장성 중소기업 ‘무더기 도산’설에 대해 저장성 부성장이 과장된 내용이 많다고 해명했지만 중소기업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잘나가는 다국적 기업에 다니는 L모씨는 “본사 상황이 어렵다 보니 해외 지사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회사가 직원들의 휴직을 종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년 학비가 51만7천500위엔(한화 약 1억)으로 중국에서 가장 학비가 비싸기로 소문난 칭화대학 EMBA과정 상하이 설명회가 예년과 달리 대성황을 이뤘다. 설명회에 참석한 회사 고위간부들은 “국제경기가 침체돼 비즈니스 기회도 줄었다”며 “이 기회에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공부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털어놓았다. 불황기를 공부와 재충전으로 극복하기 위해 휴직을 선택하는 기업간부들도 늘고 있다. ▷김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