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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풍요 속의 빈곤 그리고 감사

[2008-10-28, 00:04:01] 상하이저널
아찌~ 집사님~!"
5살 난 꼬마아이 연우가 우리 부부를 부르는 소리이다. 우리 단지에서 가족과 같이 가깝게 지내는 연우네는 3년전 우리의 이웃이 되었다. 중국 생활을 위해 보금자리를 찾던 중 남편의 권유로 이곳으로 왔고 그리고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아빠 엄마 사랑스러운 연우는 단박에 우리의 마스코트가 되어 기쁨을 주기 시작했다.

잔잔하고 조용한 우리 단지에 연우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어찌나 반갑고 즐겁든지…. 기저귀를 차고 아장아장 걸음마도, 말도 아직 익숙지 않던 작은 아이가 벌써 5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고 이제는 제법 조리있게 말대답도 할 줄 안다.

주말이면 아침 일찍 혼자 우리집으로 와서 방문을 노크 하고 벌컥 들어올 때면 아이의 느닷없는 방문이 신선한 기쁨을 주기도 하고 어쩌다 함께 쇼핑이나 안마를 받을 때 우리 부부더러 할아버지 할머니냐고 묻는 말에 아무리 일찍 결혼을 하는 중국이라지만 우리가 그 정도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소리마저도 싫지 않으니 아이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는지 느껴진다.

해마다 이곳 중국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과, 유학 또 다른 여러 가지로 찾아 든다. 어떤 지역에서는 전혀 중국어를 못해도 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많은 주부들이 가사도우미로 인해 많은 부담에서 가벼워 지고 여가 시간이 늘어나서 생활이 한결 여유로워진 것 같아 보이지만 마치 농촌에 젊은이가 없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서글픈 소식처럼 어쩌면 많은 부분에서 알 수 없는 아쉬움과 허전함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또 요즘은 여러 부분의 식품안전 문제로 이곳 저곳 먹을 거리가 넘쳐나지만 정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고 이렇게 인간의 기본 권리라는 먹을 것 조차 위협받고 있는 현실의 풍요 속에서 빈곤을 느낀다. 이러한 크고 작은 감정들이 쌓여 이곳에 온 본질을 흐리게도 하고 생활의 활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얼마 전 큰 기쁨이 생겼다.

"우리 엄마 뱃속에 아기가 있어요."
연우는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닌다. 중국인 이웃에게도, 유치원에 가서도, 엄마의 만류에도 만나는 사람마다 제대로 자랑이다. 정말이지 아이를 가졌을 때는 주위의 어떤 환경과 형편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허락된 새 생명 그 자체로 감동이고 경이로운 일이다. 우리 부부는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고 행복해 했다.

요즘 난 해가 가면서 잊고 지냈던 감동을 조심스럽게 끄집어 내본다. 그리고 새식구를 기대하는 행복한 가족 연우네를 보며, 또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을 보며, 어떠한 것보다도 신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생명' '가족' 이보다 더한 감사할 수 있는 조건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기다린다. 건강하고 멋진 또 한번의 기쁨을….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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