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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아버님과 컴퓨터

[2008-12-02, 10:34:10] 상하이저널
“에미야! 왜 컴퓨터 안켜져 있냐? 빨리 켜봐라.” 전화 속의 아버님 목소리가 즐겁게 들린다. 아이들 아빠가 얼마전 한국에 들렀을 때 늘 보고 싶어 하시는 아이들 모습이라도 실컷 보시라고 '스카이프'(Skype)를 다운 받고 화상통화용 카메라를 설치해 드렸더니, 정말 신기해 하시고 즐거워하신다.

아니나다를까 서둘러 컴퓨터를 켜고 스카이프에 접속을 하였더니 “이것봐, 여기 우리 며느리 나왔네. 하하하” 하는 들뜬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분께 우리 애들이 이런걸 설치해줬네 하는 자랑 차원에서 전화를 하셨던거다.

겨우 세수나 하고 화장도 못하고 있던 나는 느닷없이 아버님 친구분께 카메라를 통해 인사를 드려야 했다. 어색한 웃음으로 전화를 끊고 나니 십여년전 처음으로 아버님께 컴퓨터를 가르쳐드리던 때가 생각이 난다. 아이들 아빠가 사업을 시작하며, 중국에 자리를 잡기 위해 떨어져 살던 시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아버님 어머님 댁으로 들어가 1년 정도를 같이 살았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든든한 울타리가 생겼고, 아버님과 어머님은 아이들 크는 모습을 직접 보실 수 있어 좋아하셨는데, 시간이 흘러 아이들과 헤어질 때가 다가오니 아버님께서 아이들과 직접 연락을 할 수 있게 컴퓨터를 배워야겠다고 말씀 하시며 컴퓨터 무료강좌에 다니시며 자판 연습과 인터넷 검색을 배워오셨다.

아이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기 위해 이메일 계정을 만들고, 우리에겐 간단하게 느껴지는 이메일 보내기와 사진 저장 등을 배우시기 위해 며느리한테 살짝 핀잔도 들으시면서 배운 컴퓨터로 이제는 아이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직접 보내기도 하시고, 당신이 찍은 사진을 보내오시기도 하신다.

우리처럼 열손가락을 다 쓰는 게 아니라 이른바 독수리 타법으로 그렇게 길게 쓰시려니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렸을까? 칠순이 넘은 나이에 무언가를 새로 배우시겠다는 열의도 놀랍고, 배우다가 ‘아고, 힘들어서 못하겠다’ 하실만도 한데 꾸준히 연습하셔서, 인터넷으로 신문 검색 하시고, 늘 아이들에게 좋은 말씀 E-mail로 보내주시고, 가끔은 어머님과 두 분이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으셔서 어머님의 훈수를 양념 삼아 인터넷 고스톱도 즐기신다.

이제 화상전화까지 할 수 있으니 두분의 컴퓨터 사용시간이 조금 더 늘어나고 그에 따라 두분의 즐거움도 조금 더 늘어날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은 인터넷의 순기능 보다 역기능이 더 많이 부각되어서, 사회 문제도 많이 대두되고 아이들의 무분별한 인터넷 사용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는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완전히 멀리하고 살 수도 없고….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고, 감시(?)를 해도 그 때 뿐이다 싶고 나와 아이들 사이에 불신이 생겨나고 불화가 생겨나는것이 너무 안타깝다.

아무리 좋은 약도 넘치면 독이 된다는데, 인터넷은 오죽할까? 그래서인가 인터넷으로 즐거움을 찾고 누리시는 아버님의 컴퓨터 사용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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