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표민찬 특파원 = 고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중간 요충지였던 중국 간쑤(甘肅)성 둔황(敦煌)지역 고대유적의 훼손이 심각해지면서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누란(樓蘭)의 뒤를 이어 둔황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둔황과 누란은 모두 실크로드에 위치한 오아시스로 고대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르는 통상의 거점지역으로 크게 번성했던 곳.
과거 둔황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풍부한 지하수를 보유하고 있는 오아시스 덕택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번성의 근원을 제공했던 물이 말라가면서 둔황 지역의 세계적 문화유산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험에 놓여있다.
둔황 지역의 수원은 치롄(祁連)산의 당(黨)강과, 치롄산 서쪽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난(南)산과 수거난(疏勒南)산 사이를 흐르는 수거(疏勒)강.
이들 두 수원의 상류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이 생활과 관개용수 확보를 위해 상류지역 수자원을 무분별하게 이용하면서 하류가 말라버렸고, 하류에 위치한 둔황시는 모자라는 수자원을 보충하려고 매년 4천1백만㎥에 달하는 지하수를 사용, 지하수 수위가 연평균 43㎝씩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둔황 지역의 지반이 약해지면서 화려한 정토도(淨土圖) 등의 벽화로장식된 막고굴(莫高窟)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또 물이 말라가면서 진행되는 사막화도 고대유적 훼손의 원인으로 꼽힌다.
신중국 건국 초기 4억4천20만 평에 달하던 둔황의 천연림 지역은 현재 2억7천300만평으로, 8천840만평에 달하던 버드나무 숲은 2천900만평으로 줄었다.
나무와 습지가 줄어들면서 둔황 지역의 사막면적은 매년 402만평씩 증가하고 있다.
둔황시는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칭하이(靑海)성 다하얼텅(大哈爾騰)강의 물줄기를 끌어와 당강에 연결하는 수자원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환경평가를 마친 수자원 복원사업을 마치면 매년 1억2천만㎥에 달하는 수자원을 당강으로 끌어와 생태계 복원과 문화유산 훼손 방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둔황시는 또 지하수 개발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고, 물의 소비를 줄이고 수자원을 아낄 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