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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나이 든다는 것

[2009-02-23, 22:19:41] 상하이저널
언제부터인가 사진 찍히는 것이 싫어졌다. 멀리서 찍으면 여기저기 붙어있는 군살이 부담스럽고, 가까이서 찍으면 얼굴의 지저분한 잡티나 주름이 신경쓰여, 사진에 찍히기 보다는 사진을 찍는걸 즐기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름이나 잡티가 자연스러운것인데도, 그걸 감추려 하다보니 가끔씩 찍는 사진속 웃는얼굴도 너무 어색하기만 하다. 거울을 보며 아쉬워하고 있으면, 옆에서 내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조용히 아이들을 가리킨다. 아이들이 저만큼 컸으니 내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남는 것이 당연하다고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는 소리인거다.

요즘엔 '동안'이 대세인 시대가 되어 한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에 성형수술이며 피부 관리며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는 시대가 되었다. 축구 스타 베컴과 그의 부인은 피부관리를 위해 뻐꾸기 변을 얼굴에 바른다고 했던가.

하긴 지금은 내가 이렇게 흉보듯 말하고 있지만, 그 것이 내 눈앞에 있다면 나도 예뻐지기 위해 생각없이 얼굴에 X칠을 하고 있을것이다. 예뻐지고 싶은 것, 한 살 이라도 어려보이고 싶은것 그건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여성들의 소망일테니까 말이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탤런트나 배우들의 팽팽한 얼굴도 아름답지만, 그보다 더 고운 모습을 발견했다.

깊은 산골에 울려퍼지는 도끼소리, 칠순의 할머니는 장작위에 도끼를 대고, 팔순의 할아버지는 그 도끼를 망치로 쳐서 장작을 패고 있다. 젊었을 적에는 할아버지 혼자서 하셨다는 도끼질이지만, 힘이 부치는 나이가 되신후로 할머니와 함께 하신다는 도끼질, 구부정한 허리와 둔해보이는 몸놀림이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표정은 너무도 밝기만 하다.

한순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억지 웃음이 아닌 오랜 시간 늘 그런 표정이었던것 처럼 느껴지는 할머니의 눈웃음이 보는 사람을 절로 행복하게 만든다. 얼마 전 T.V에서 만났던 산골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만들어지지 않은 무공해 웃음과 표정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산골에 사시면서 피부를 가꾸고, 얼굴을 꾸미는 일과는 거리가 멀게 사셨을 주름이 자글자글한 칠순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참으로 곱다’ 라고 느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젠 곱게 나이먹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나이 40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지 않던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생활을 하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이 배어 나오고, 그 모습이 내 얼굴에 예쁜 주름으로 자리잡는다는 소리이겠지. 알고는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어째 이리 실천하기가 힘든지…….

한참 사춘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과 하루종일 씨름을 하고, 가만히 따지고 보면 별로 화낼일도 아닌데 불같이 화를 내고, 늘 무엇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나서 아무 생각없이 거울 앞에 섰다가, 그 안에서 만나게 되는 찌푸리고 주름진 얼굴의 나를 만나고 나서 깜짝 놀라게 된다. 이러면 안되지 싶어 서둘러 웃는 모습을 지어 보아도 오히려 그 모습이 얼마나 어색한지 혼자서도 얼굴이 붉어진다. 찌푸려서 생긴 주름과 웃어서 생긴 주름은 분명 다른 모습이다.

난 곱게 나이를 먹고 싶다. 현대 의학의 힘을 빌어 세월을 거스르는 어색한 팽팽함이 아닌, 세월에 순응하며 만나는 사람의 입가에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그런 따뜻한 얼굴을 갖고 싶다. 먼저 우리아이들에게 예쁜 미소를 짓는 걸로 시작해 봐야겠다. 아이들이 놀라지 말아야 할 텐데…….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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