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중국의 농촌 노동자(일명 민궁·民工)와 사업가들의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민궁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이주하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정정(政情)이 불안한 위험 지대를 포함해 전 세계의 3D 건설 현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독일과 중동 등에서 간호사나 광부·노무자 등으로 달러를 벌던 1960~70년대 한국 상황의 ‘재판(再版)’인 셈이다.
홍콩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10일 이스라엘 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일대에만 4만여 명의 중국 민궁들이 목숨을 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궁들의 이스라엘행(行)은 노무용역회사 등의 소개로 2002년쯤부터 본격화됐다.
이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의 위치나 정치 상황도 모르고 와 정착촌과 장벽 건설에 투입되고 있다. 별다른 안전장비를 구비하지 않은 채 살인적인 노동 환경을 견디고 있는 민궁들은 건설공사 현장에서 안전사고는 물론 자살폭탄 공격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이들은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불안한 처지이다. 대신 이들이 목숨을 걸고 일한 대가는 값지다. 해외에서 중국으로 송금하는 연간 총 213억달러 가운데 대부분이 이스라엘·이라크·중동 등에 나가 있는 50만여명의 민궁이 보내오는 돈이다(2005년 세계은행 통계). 일인당 4만달러가 넘는 규모로 중국 내 빈곤 퇴출과 경제 성장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고 아주주간은 분석했다.
중국 사업가들은 동유럽으로 몰리고 있다. 헝가리의 경우, 인구 200만명의 부다페스트에 4만여 명의 중국인이 모여 동유럽 최대 화교촌을 이루었다. 이들은 대부분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전후한 시기에 중국 정부의 강압 통치에 불만을 품고 중국 국적을 포기한 반체제 성향 인사.
1990년대 초 벼룩시장·노점상 같은 밑바닥 일부터 시작해 지금은 부다페스트 내 중국어 신문만 4개, 중국 식당은 1000개가 될 정도로 성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 정부가 유럽연합(EU)시장 확대에 발맞춰 헝가리 내 반체제 사업가들과 공동합작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