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여름방학이 끝날 때쯤이면 방학 내내 미뤄 두었던 방학숙제를 하느라 며칠 밤낮을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그 중에서도 매일 써야 하는 방학일기를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한 번에 몰아 쓰느라 없는 이야기까지 지어내며 일기장을 채우던 괴로운(?) 기억도 생생하다.
이제는 방학일기장을 제출할 필요가 없는 중고등학생들이지만, 우리 유학생들에게 방학일기를 써 보라고 했다면 긴긴 두 달간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 넣었을까?
방학을 마무리하고 개학을 맞이하는 지금, 각자의 마음 속에 남겨진 두 달간의 여름방학을 돌아 보고 새 학기를 준비하기 위한 계획과 다짐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귀국과 귀교중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든, 또는 홀로 유학을 떠나 온 조기유학생이든 방학이면 대부분 귀국길에 오른다.
그리운 친구들, 가족과 만나고 쉼을 얻기 위해서, 한국 학원에서 학업을 보충하기 위해서 등 한국 행의 이유와 목적은 다양하다.
어쨌든 고국의 품에 머무르다 돌아와서인지, 적지 않은 학생들이 개학 후 몇 주간에도 향수병으로 부적응 현상을 보인다.
항공편으로 겨우 1시간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 한국과 상하이라지만 시차적응, 기후적응, 문화적응은 분명히 필요하다.
타지에 가면 그 곳 시간에 맞춰 시계를 조정하듯, 빠른 귀교적응을 위해서 개학 전 지금 나 자신의 ‘제자리’가 어디인지 다시 한 번 짚어 보자.
쉼과 보충 방학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것은 ‘놀기’? 아니면 ‘학원/과외’? 대부분의 학생들이 둘 중의 하나 또는 둘 다일 것이다.
학생들에 따라, 방학 동안 정말 ‘잘’ 놀다가 개학을 맞이하는 학생들이 있다. 재미있게 노는 사이, 그 동안 배운 중국어도 잊어버리고, 학기 중에 지켜오던 기상과 취침시간도 잊어버려서 어느새 도로 신입생이 된 듯 학교생활을 새롭게 적응해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 속한다면, 방학기간 쉼의 연속이었던 생활 테이프를 한 단락 잘라주자.
그리고 새로운 생활리듬을 적은 테이프를 이어서 붙여주자. 이제 놀 만큼 놀았고, 쉴 만큼 쉬었으니 다시 뛰어 보는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방학 내내 학원, 과외 등으로 꽉 찬 일과를 보내기도 한다.
특히 유학의 특수성 때문에, 한국에도 가지 못하고 중국에 남아서 학교내신, 중국대학입시준비를 해 온 학생들에게는 그리운 한국음식 한 끼 제대로 못 먹은 서글픈(?) 추억의 방학이 되기도 한다.
참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러나, 방학 동안의 학습보충이 개학 후 게으름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이런 학생들이라면, 개학 전 자신의 학습목표를 다시금 확실히 세워야 한다.
‘방학 내내 공부 많이 했으니까’ 라는 말은 게을러지는 자신에게 핑계와 위로가 될 수는 있어도, 최종적으로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어내냐 여부는 장담해주지 못한다.
개학을 준비하며 학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이들의 발걸음과 웃음소리로 시끌벅쩍 해질 교정을 떠 올리며, 또 새로운 한 학기의 역사를 그려갈 스케치북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몇 마디 적어본다.
▷이주원(JK 아카데미 교육카운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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