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4일간 訪美공식일정 돌입
환율조정 통한 무역불균형 해소 계속 반대
항공기600대ㆍIT등 美제품 수입 확대 약속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첫 방미를 기해 미국 등 서방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후 주석이 `중국식대로 환율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로써 위안화 절상으로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줄여보겠다는 미국의 의도는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후 주석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 주 시애틀 보잉 사 공장을 방문한 후 인근 에버렛의 항공박물관에서 미 정ㆍ재계 인사 600여명과 오찬을 같이하면서 "중국도 유연하면서 안정적인 환율제도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수용가능한 동시에 동등한 차원에서 위안화 환율의 안정을 유지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 미국 등이 요구하는 인위적인 위안화 추가 절상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후 주석은 미국이 위안화 추가 절상을 요구하면서 최대 명분으로 내세운 중ㆍ미 무역불균형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보잉 사 공장 연설에서 그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의 약 90%는 더 이상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구조적으로 미국이 중국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중국이 앞으로 5년간 600대가량의 항공기를 더 필요로 할 것이라며 대미(對美) 수입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중국은 후 주석의 미국 방문에 앞서 40억달러어치의 보잉기 80대를 구매키로 하는 등 총 162억달러의 구매계약을 체결, 미국에 선물보따리를 안기기도 했다.
이에 앞서 후 주석은 시애틀 소재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를 방문했다. 이와 관련, 신화통신은 후 주석이 MS 본사를 방문한 것은 중ㆍ미 무역불균형을 하이테크산업으로 해결하려는 중국 지도층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의 장옌성(張燕生) 소장도 "MS 본사를 방문한 것은 하이테크 기업을 중ㆍ미 무역발전의 주력군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편, 후 주석과 함께 미국을 방문 중인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위안화, 중ㆍ미무역, 대만문제 등이 20일 오후 열리는 중ㆍ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중국의 역할과 탈북자의 강제 송환 금지를 요청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 김춘희(가명) 씨에 대한 한국과 미국, 유엔의 석방요청을 받고 석방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실제론 그때 이미 김씨를 강제북송한 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강제북송된 김춘희 씨를 비롯한 중국 내 탈북자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1979년 중국과 미국이 수교를 맺은 지 27년이 지나는 동안 국가주석의 신분으로 미국을 공식방문한 인물은 리셴녠(李先念), 장쩌민(江澤民)에 이어 후 주석이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