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해외여행은 작년 2월 ‘동경여행’이 처음이었다. 한국을 벗어나 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동경여행 직후였다.
‘도쿄 원더사이트’ 라고 도쿄 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문화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서 레지던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곳의 방문은 내게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오로지 대구에서만, 그것도 삼십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도록 한국도 한번 벗어나 보지 못한 나에게 처음 접한 외국의 세계적인 레지던시는 스스로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는가를 절실히 느끼게 만들었다.
그때 다짐한 것이 내년 2009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 작업을 하며 그곳에서 또 다른 나의 모습과 시간과 공간과 마주하게 되길 바랬다. 그 마음을 헤아린 잘 아는 평론가인 하정하 선생님의 추천으로 이곳 M50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러나 ‘용기백배’ 해서 도착한 이곳 생활은 낯선 이방인에게 만만치 않은 곳임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첫째, 날씨가 그러했다. 상하이에 150년만의 더위가 찾아와 6평 남짓한 공간에 열지 못하는 작은 창과 에어컨도 없이 43도 이상의 더위와 싸우며 작업을 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것은 이곳 음식이나 불편한 잠자리 라든지 육체적인 불편함이 아니라 여기에 왜 왔으며 내가 결국 토해내야 할 나의 성과물인 작업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또한 중국어를 전혀 못했기에 소통을 할 수가 없어 이곳에서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나의 작업 하나뿐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50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많은 예술에 대한 생각과 열정을 불러 일으켰다.
작가의 작업실과 갤러리들이 고르게 분포가 되어 있어 작업을 하다가 잠깐 ‘break time’ 을 가질 때면 이곳의 갤러리를 둘러보는 여유로움을 일상에서 즐길 수가 있어 작가로서 무엇보다 좋았다.
이곳 M50에는 중국에서 아주 유명한 갤러리들도 입주해 있어서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과 예술에 대한 거침없는 열정을 바로 곁에서 느낄 수가 있는 것 또한 나에게는 많은 자극제가 되었다. 한국에는 이런 국제적인 예술촌이 없기 때문에 작가로서 세계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서는 해외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 해야 한다.
그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러나 이곳은 근대의 공장건물이 예술 촌으로 변모했다는 점과 더불어 국제도시라는 이점이 맞물려 문화관광코스가 되어 하루에도 200~300명의 외국 관광객을 비롯하여 예술관련의 전문가들이 찾기 때문에 예술가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기도 하다는 점이 매우 부럽다.
나도 10월 16일 이곳에서 했던 작업들을 m50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시공간에서 전시를 하게 된다. 더불어 이곳에서의 작업생활을 보여주는 ‘open studio’도 동시에 열게 된다. 나에게 있어 이 전시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또한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계기이자,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에게도 평가 받게 되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이도현(설치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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