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수다를 떨다 보면 가끔 마판(麻烦) 이나 차부뚜어(差不多) 등 우리말 보다 중국어 표현이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중국에 살면서 중국어를 접하고 살아가는 사람끼리는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한국에 가서나 한국에서 온 친구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중국말이 툭 튀어나오면 듣는 사람이나 말을 뱉은 나도 서로 난감해진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지인중의 한명이 우리가 신선족이라 그렇다고 한다.
어렸을 적 들었던 우스개 말 중에서 미국에 두달 다녀와서 혀가 꼬이고, “아~음”을 연발하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꼭 우스개 소리만은 아닌것 같다.
10년 가까이 중국에 살면서 정확한 중국어를 구사하는것도 아니고, 나이가 먹어가면서 기억력은 자꾸 감퇴되서 알고있는 우리말 표현도 잘 되지 않고, 요새는 아이들 학교 때문에 영어를 많이 접하다 보니 영어를 해보자 하면서도 중국어가 섞여나오는 우습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되니 이게 뭔가 싶다.
우리말을 40년 넘게 써오는 어른들도 이 지경인데, 제대로 모국어를 배우기도 전에 외국에 나와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배우는 아이들은 얼마나 더 혼란스러울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아이들에게 중국어,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닥달을 한 것이 너무 미안해진다. 물론 중국어, 영어를 어려서 미리 잘해두면 아이들이 컸을때, 큰 자산이 될것이라는 부모의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 었는데도 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중국학교로 전학을 가서 중국어로 계속 공부를 해 온 작은 아이는 국제학교로 전학을 가서 영어로 공부를 하는 지금도 중국 T.V를 보는것, 중국어 책을 읽는것을 다른 언어보다 더 편하게 느낀다. 해리포터, 에라곤 등 영어 소설 중국어 번역본을 들고 다니며 읽는것을 보며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뒤에선 “쟤는 중국어는 정말 잘하는데, 한국말은 조선족처럼 한다” 라고 수군대는 사람도 있다.
집에서 부모와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한국 T.V를 통해 요즘의 한국을 접하고 있지만 우리말을 중국식으로 표현해 생긴 수근거림이다. 7학년때 새로 옮긴 학교에 한국에서 전학온 학생하나가 작은아이에게 나는 나이가 많으니, 누나라고 불러라 라고 한것이 발단이었다.
같은 학년인데 왜 누나라고 불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던 우리집 작은아이가 “나이 큰게 자랑이냐!” 하고 야심차게 소리를 쳤는데, 아뿔사 그게 중국식 표현 ‘年级大’ 의 직역이 였던 것이다. 그 후로도 “엄마, 우리반 애들이 나한테 관심 해줬어요” (他们对我关心) 등의 말을 해서 에미 마음을 답답하게 하곤 했었는데, 1년 여 전부터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친구들과 논술 모임을 하면서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인다.
일주일에 한번 국어 공부도 하고, 책을 읽고 독후감도 써보고, 시사문제에 대해 토론도 해보고 하면서 우리말을 배우며 자신감이 생겨서 엄마에게 읽은 책의 내용을 이야기 해주기도 하고, 본인이 느낀점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논술모임 하더니 우리 ㅇㅇ이가 유식해졌네”라며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해줬더니 정말 행복한 표정이 된다.
중국에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은 엄마들이나, 아이가 어린 엄마들이 어떻게 하면 중국어, 영어를 잘 할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있다. 이럴때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먼저 모국어인 우리말을 잘 가르쳐 부모와 아이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 놓으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나서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배우는 내용도 깊이있어지게 된다는 것이 경험을 통한 나의 대답이다.
중국에서 본인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낸 우리 아이들이 더이상 신선족 (新鮮族)이 아닌 당당한 한국인이기를 바라는 엄마 마음이 너무 큰 욕심은 아니겠지?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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