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역사교육을 할 때 중국에서 중국사관으로 역사를 배운 학생과 한국에서 한국사관으로 역사를 배운 학생에게서 작은 부분이지만 아이러니를 많이 느낀다.
예전에 초등학교부터 중국학교 로컬부만을 다닌 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 그 학생을 데리고 함께 파주 통일전망대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학생이 통일전망대 내에 설치된 한국전쟁 관련내용을 보더니 대뜸 한다는 소리가, “아, 나 이거 알아요. 이거 남쪽에서 북쪽으로 쳐들어 간 거예요.” 주변에 관람객이 많아서 얼른 학생을 잡아 끌 수 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장면에서는 ‘아, 이 학생은 중국에서 이런 식으로 배웠구나.’하는 것을 알게 된다.
타국에서, 타국문화와 사상을 배경으로 한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관점 상의 마찰과 갈등. 그리고 이러한 이국적인 사상을 걸러냄 없이 그대로 흡수해버리는 우리 아이들의 상황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 당사자 부모로서는 황당스럽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은 일일이 짚어낼 수 조차도 없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학생의 나이에 맞는 대화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 학습을 통해 배운 내용을 자신의 사고체계로 정리해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의 많은 대화를 통해 사고력과 판단력을 길러 줄 수 있어야겠다.
중국에서 공부한다고 중국 책만을 강요하거나 혹은 미주권에서 공부한다고 영어책만을 강요해서는 안 되는 이유 역시 바로 이러한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분명히 함께 병행해서 한국 책도 끊임없이 읽을 수 있도록 환경들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할 수 있다면 현장교육을 해 주는 것도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보이는 현상만을 생각하는 성향이 강한데, 특히 배우는 학생들의 시기에는 이러한 특성들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므로 다양하고 열린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은 부모로서 필히 염두 해 두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인으로서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대해 균형 있는 이해를 함이 중요한 것이다.
또한 방학 때도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부분인데, 한참 공부에 물이 오른 경우에는 학업 중인 아이를 중국에 남겨두고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 데리고 가서 한국식 보충을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을 하는 부모들을 많이 보게 된다. 모든 것에 정답은 없다고 본다.
그 정답은 학생의 복합적인 상황이 다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학기의 학습상황, 생활 및 심리, 정서적 상태 같은 것들이 다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기 학생의 긴 학창시절 몇 년간 전혀 한국에 다녀오지도 않고 계속 중국에만 머물러 있는 것에는 반대표를 던진다.
가치관이 형성될 이 중요한 시기에 모국에 대한 경험 없이 중국과 중국학교라는 환경에만 있다 보면 이 관점의 차이를 극복하고 형평성을 찾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 있는 또래 및 친척과의 대화도 이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적인 한계를 극복하는데 아주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수업은 교사가, 공부는 학생 자신이 하는 것이지만, 방향을 잡아주고 길을 제시해주며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더욱이 자녀가 해외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면,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승숙(JK 아카데미 상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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