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미 관계는 이미 쌍방 관계의 범주를 벗어났다."
후진타오 주석이 20일 백악관 연설에서 한 말이다. 중국의 주요 언론들은 23일 후 주석의 방미 성과를 결산하면서 바로 이 말을 제목으로 뽑았다. 일부 언론은 '중.미 관계는 이제 세계 전략적 의미를 갖게 됐다'는 제목을 달았다. 모두 중국이 '지역 강자'(regional power)에서 '세계적 강자(global power)'로 성장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중국의 국제 전문가들은 후 주석의 방미로 미국도 이 점을 인정했다고 해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외교연구실의 리샤오강(李曉崗) 실장은 "양국이 '우리에게는 함께 추구할 공동 이익이 많이 있으며 국제질서 수호에서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 실장은 "중.미 간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후 주석의 방미는 이런 문제들을 풀어가는 하나의 시스템, 혹은 틀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미 중국을 '대등한 협력자'로 인정했다"며 "바로 이 점이 양국 협력의 진정한 출발점"이라고 해석했다.
런민(人民)대 국제관계대학원의 진찬룽(金燦榮) 부원장도 "중.미 관계의 장기적.전략적 협력관계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이번 후 주석 방미의 가장 큰 성과"라고 진단했다. 진 부원장은 "이제 미국은 중국을 적대국가로 보지 않게 됐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중.미 관계는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언론은 그러나 후 주석의 방미 기간에 있었던 몇 가지 외교적 실수나 결례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현지 교민들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 환영 행사에 중국의 전통 당의(唐衣)를 입은 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전하는 등 미국이 후 주석을 환대한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