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1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 동안 두 정상은 지난 6월의 워싱턴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자주 만났다.
그리고 양국 정부간의 정책조율도 매우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우호적인 양국관계의 현실을 반영하여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체류시간은 짧았지만 두 정상은 매우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가졌고, 양국간의 우애와 신뢰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번 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이루었다. 우선 양국 정상은 한미 전략동맹을 격상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한국의 친구이자 동맹국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동북아 및 글로벌 문제 해결의 동반자로서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와 비중이 격상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미래지향적 전략동맹의 발전방안에 대한 고위급 협의 채널도 제시하였다. 한미 동맹 역사상 최초로 내년도 양국 외교ㆍ국방장관간 2+2 협의개최에 합의한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질적도약의 징표이자, 미래지향적 동맹 발전을 위한 구체적 협의 채널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그랜드 바겐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그 내용과 추진방안 구체화에도 합의하였다. 이로써 북핵문제의 해법과 관련한 한미간 공조를 공고히 한 것이다. 이대통령은 지난 6월의 워싱턴 회담 때 이른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제안했다.
그랜드 바겐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전제로 대규모 지원을 교환하는 일괄타결방식으로서, 지금까지 핵폐기 과정을 잘게 나누어서 북한의 조치와 외부의 지원을 교환하던 방식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제안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6자 회담의 재개와 북한의 합의사항 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이대통령의 제안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하여 북핵 해법에 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였고, 6자 회담을 통하여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추구한다는데 합의를 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되었고 북한이 추구하는 소위 통미봉남 전략도 설 자리를 잃었다.
한편 이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으로 하여금 한미 경제관계를 동북아의 다른 국가와는 다르게 보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의 세계금융위기와 달러화의 위상 약화는 모두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 특히 중국과의 무역관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무역적자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경제의 회복과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이러한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이 한미 무역관계를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무역적자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향후 한미 FTA의 미국 의회 비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미 양국은 공통의 가치와 이익에 기초한 21세기 전략동맹의 청사진을 발전시켜 오고 있다. 두 정상의 잦은 만남과 인간적 신뢰가 한미동맹의 미래를 더욱 굳건히 하고 한국의 국제적 역할 확대에 기여하리라 기대된다.
▷정진영(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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