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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2009-12-31, 15:53:29] 상하이저널
새벽에 샤워하러 들어갔다가 아무리 기다려도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며 짜증을 내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혹시 또 보일러가 고장 난 거 아냐?’ 반쯤은 걱정스런 맘으로 또 반쯤은 이번엔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거실로 나와 보니, 바램과는 달리 보일러전기 등이 꺼져있다. 얄밉기 그지없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도 보내야하는데 초록색등이 까맣게 변해있는걸 보자 엄연한 현실 앞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봄에, 보일러 연결관이 낡았다고해 수리를 했었다. 그땐 분명히 이젠 다른 문제가 없을 거라고 당당하게 말하더니, 추 운겨울이 다가와 연일 쉬지 않고 돌아서인지, 보일러 기계가 힘에 겨워지기 시작한 건지 말썽이다. 보일러 통을 열어본 수리공아저씬, 지난 이틀 동 안 연이어 내린 빗물이 바깥에 나와 있는 연통을 통해 흘러 들어가서 물이 샌다고 한다. 이해가 안되는 답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줌마도 그럴 리가 없다고 항변했다.

지난 여름에 비가 그렇게 많이 왔을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요 이틀간의 비 때문이라는 건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열심히 마른 수건으로, 급기야는 헤어 드라이기로 물기를 닦아내고 건조시켰다. 과연 수리공아저씨 말대로 보일러 기계가 다시 작동을 했다. 이번에도 앞으로 아무 문제 없을 거라 큰소리치면서 문을 나섰다. 평상시엔 웅웅거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더니, 웬걸 이젠 나도 모르게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 ‘이젠 됐구나!’하는 안도감으로 “시에시에”를 연발했다.

하지만 또 이틀이 지난 오늘, 다들 이구동성으로 “너~무 춥다”고들 하는 바로 오늘, 보일러기계가 또다시 작동을 멈춰버렸다. 다시 전화를 했지만, 바빠서 외지에 나가있어서 오늘은 도저히 못 온단다. 급한 마음에 이웃의 언니에게 부탁해서 다른 사람을 찾으니 원인인즉 열교환기가 낡아서 물이 새고 있단다. 어쨌든 고장난 곳을 찾았으니 일단은 안심이 된다. 내일 또 다른 수리공 아저씨가 오기로 약속을 했다. 교체해야 될 부속 값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원인을 알았으니 어찌됐든 고쳐질거라는 기대에 오늘의 불편함 정도는 거뜬히 참을만 하다.

운동을 하고 돌아온 아이의 땀 냄새를 없애려 물을 끓여 샤워를 시켰다. 아이는 새로운 방식에 벌써 적응을 하고 있다. 불편하다는 별다른 표시도 하지않고 시키는대로 잘하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샤워방식을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행이다.

이미 현대적인 기기들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길들여져 가고 있는 우리 기성세대들은, 조금의 불편함을 참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종종 엘리베이터의 고장으로 걸어 올라가야 할 때엔, 연신 우리들의 입에선 “아휴, 힘들어!”가 절로 튀어나온다. 그러나 아이들은 신나게 열심히 계단을 올라간다. 때론 뒤돌아보며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고 손을 내밀기도 하고.

이번 보일러 고장에서도, 현대식 기기가 안겨주는 잠깐의 불편함을 이렇듯 못견뎌하고 있는 건 바로 나다. 오히려 문명의 풍요로움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만 여기는 건 아닐까 했던 우리 아이가 나보다 훨씬 더 잘 견뎌내고 있음에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아무 말없이 따라주는 적응력에 안심이 된다. 이럴 땐 문득 “역시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표현이 정말이네!”하며 맞장구치고 싶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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