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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학생 할인

[2010-01-27, 17:39:14] 상하이저널
지난 토요일 우연히 만난 친구와 소위 묻지마 여행 식으로 무작정 찾아간 상하이당대예술관(上海当代艺术馆).

현재 이 곳에선 1월 31일까지 ‘2010 애니막스 비엔날레’가 전시 중인데, 이 행사는 상하이뿐만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의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한 일종의 합동 전시회다.

상하이에서 몇 십 년씩 거주한 교민들은 ‘머문 지 한달 만에 상하이의 화려함과 번잡함에 지쳤다’라는 말을 들으면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넉 다운된 상태였고, 자연스레 이번 주말은 조용한 전시회나 둘러보며 보내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평소 한국에서도 미술전시회 가는 것을 즐겼고 더군다나 동행한 친구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 현대미술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우리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꽃에는 벌이 꼬이고 빛에는 그림자가 생기듯이 우리의 한껏 부풀은 마음 한 구석에서는 될 수 있다면 피하고만 싶은 무언의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었으니, 바로 ‘학생 할인’이라는 네 글자였다.

상하이당대예술관은 매표소에서 학생증을 제시하면 학생은 무조건 50%할인을 해준다.

동행한 친구와 필자는 모두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녀 대학생. 한국에서 종종 희화화되는 학생 시절 발급받은 학생증을 들이밀며 학생 할인을 해 달라는 양심 불량 회사원의 처지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학생이 학생 할인 받는 것에 노심초사해야 되나?

문제는 한국의 군대와 휴학 문화에 있다.

신체 건강한 대한 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끌려가는(?) 군대. 그 기간도 거의 2년이나 되는지라 한국 남자 대학생들의 평균 졸업 연령은 다른 나라보다 2~3살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 국방부의 홍보 부족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군복무여서 그런지 한국 남자 대학생들치고 해외에서 학생 할인 마음 편하게 받아 본 사람이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나의 지인 중 4명의 건장한 대학생 청년들이 상하이당다이이수관에서 학생할인을 받지 못한 채 눈물을 머금고 일반인 요금을 냈다.

예술관측은 학번에다 4년을 더해서 그보다 초과되면 무조건 학생임을 인정하지 않는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도통 소에 경읽기다.

그렇다면 군대를 가지 않는 여학생들의 사정은 어떨까.

아쉽게도 이 쪽 사정 역시 매한가지다. 요즘 한국 대학가에는 ‘여자 예비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나이가 많은 여학생들이 많다.

이는 점점 치열해지는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자기 계발 명목으로 1~2년 정도 휴학을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요즘은 휴학 없이 한 번에 졸업하는 일명 ‘스트레이트 졸업생’들을 더 놀라운 시선으로 쳐다 본다.

필자 역시 여자 예비역으로서 해외 여행을 다닐 때는 일부러 한국에서 발급받은 학생증이 아닌 국제학생증을 가지고 다닌다.

이런 우울한 한국 대학생들의 현주소에 답답해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매표소로 향한 우리.

조리 있게 설명하면 통하지 않겠나 싶어 버스에서 미리 연습한 설명을 채 끝내기도 전에 이미 카운터 직원은 “안되!(No)”를 외친다.

급한 김에 앞뒤 말 다 자르고 “믿어달라. 우리는 학생이다!”라고 항의해도 막무가내로 20위엔을 내란다.

중국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또래 학생들이 아무 문제없이 학생 할인을 받는 모습에 배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게다가 20위엔이 큰 돈은 아니지만 왠지 제 값을 더 주고 들어갔다는 생각에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듯 전시회를 둘러보는 기분도 썩 편치 않았다.

학생이 학생 할인 한 번 마음 편하게 받지 못하는 암울한 현실을 탓하며, 이미 일반 요금을 낸 가슴 찡한 예비역 동지들에게 “우리도 20위엔 냈어”라는 말을 뒤로하며 터덜터덜 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해미(beyond-al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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