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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화원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2010-02-26, 16:43:02] 상하이저널
▷하현봉(전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장)
▷하현봉(전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장)
 상해에서 문화원장을 4년 동안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 뭘까 하는 생각에 지난 4년간의 생활을 곰곰이 되돌아 보았다.

첫째로는 아무래도 진정으로 중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중국에서 내가 15년을 살았다고 해도 일반 주재원의 신분으로 와서 생활을 하고 업무를 했다면 이만큼 중국을 체득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못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열심히 일한 것이 오히려 중국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참 행복하다.

문화원장으로서 문화영사를 겸직하였기에 업무성격상 아무래도 여타의 영사보다는 중국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기도 하였고, 한시라도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몸살이 날 것 같은 부지런함이(?) 중국인들과 함께 하는 많은 행사를 만들게 되는 데, 일조를 한 것 같다. 사실 그것보다는 내손으로 만든 문화원을 내가 근무하는 임기동안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고 싶은 욕심이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들었다.

중국음식을 좋아하고 중국인과 접촉하는 걸 내 자신이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국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중국 사람들의 생활습관과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얻은 수확은 문화원장으로서 창의적인 업무를 어느 누구의 간섭 없이 스스로의 책임 하에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적은 예산으로 문화원을 꾸려가야 하는 어려운 환경이 내 자신을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도록 했고, 이것이 어쩜 내 스스로를 더욱 자극하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람마다 성격 차이도 있고, 일하는 방식도 다 다르겠지만 내 스스로 업무의 최종보루가 되고, 스스로 책임지는 업무방식이 나를 더욱 창의성 있게, 더욱 신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현지에서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일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함을 의미한다.

비록 적은 예산이었지만, 예산 범위 내에서 좋은 문화프로그램을 만들려고 고민하면서 일을 하다 보니 1년 52주간에 자그마치 80여건 이상의 크고 작은 문화행사를 만들게 되었다. 문화행사가 주말에 집중되다 보니 자연히 내게 휴일은 없었고, 일 자체가 휴식이 되어버렸지만, 문화원장이 아니라면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현지직원들을 채용할 때도 주위의 부탁과는 상관없이 직원들 간의 화합을 고려하면서 성실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채용한 것이 다 같이 단결하여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한 직원들에게 최대한 개개인의 적성에 맞게 업무분장을 해주고 일이 많으면 업무분장에 관계없이 서로 도와서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배분하였다.

그렇지만 많은 아이디어를 문화원장 기간 내내 쏟아내는 통에 함께 하는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였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잘 따라주고 불만 없이 똘똘 뭉쳐 함께 일해 준 영옥, 민정, 소현, 주정, 안성, 빈빈, 송의 등 문화원 직원들이 한없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또, 거의 주말도 없다시피 일했음에도 혼자서 집을 지키면서 불평 한마디 없이 뒷바라지 해주고, 문화원 직원들을 각별히 잘 챙기면서 마음으로 우리 문화원 식구들과 한 가족처럼 지내준 집사람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2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문화원을 완전한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2008년에는 2만 1500여명의 현지인과 교민들이 문화원 방문하였고, 2009년 한 해 동안은 3만 명이 넘는 현지인과 교민들이 문화원을 방문하는 성과를 낸 것은 우리 직원 하나하나가 열과 성을 다하여 업무에 임한 덕분이다.

2008년에 하도 열심히 일을 했기에, 2009년에는 일을 좀 덜 만들고 조금은 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문화원 직원들의 말을 들으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우리가 열심히 일한 탓에 더 많은 현지인들이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 많은 행사를 통하여 직원들이 단련되고 성숙되었으며 업무능력도 향상되었으니 어쩜 그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현지의 기업과 정부와 잘 협조하여 적은 예산으로 큰 한국문화축제를 만들어 한국문화원의 존재를 현지인들에게 각인을 시켰다는 점이다.

주상해 한국문화원장으로서 4년간의 재임기간 중 가장 보람되고 인상이 깊은 업무를 하나 손꼽으라고 한다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연속 상해의 번화가 지역을 선정하여 돌아가며 한국문화제를 개최한 것이었다.

문화원의 살림이 넉넉하지 못하여 단독으로 규모 있는 멋진 한국문화축제를 만들기가 어려워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상해지사와 한국관광공사 상해지사와 손잡고, 문화원 예산의 일부를 종자돈으로 이용하여 현지의 백화점이나 개발상과 공동으로 한국문화축제를 만들었다.

문화원장인 내가 나서서, 먼저 번화가 지역 백화점이나 광장의 개발상을 설득하고, 서로 협의가 어느 정도 끝나는 시점에 다시 해당구(區) 인민정부를 설득하였으며, 다시 한국관광공사 상해지사와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와 의논하는 방식으로 한국문화제를 만든 것이었다.

공동행사를 만들기 위하여 6개월 전, 심지어 1년 전부터 상해 번화가 지역 백화점이나 광장 등 장소를 물색하고, 사장을 면담하여 한국문화제 등 이벤트를 이곳에 유치할 경우, 이벤트를 통하여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고 홍보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방식으로 설득을 진행하였다.

대개 행사를 공동개최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현지 백화점이나 광장 개발상으로부터 행사 장소는 물론 공연을 위한 무대와 배경, 음향 조명 등 일체를 무료로 제공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키고, 해당지역을 관할하는 인민정부도 함께 행사의 주최 측으로 참여하도록 설득하여 행사의 홍보를 위한 언론이나 방송매체를 해당 지방정부가 초청하는 방식의 한국문화제를 진행하여 많은 예산을 절감하였다.

거의 매 행사마다 해당지역을 관할하는 시정부 혹은 구(區)정부의 도움을 받아 행사의 허가문제를 해결하고, 중국 언론매체의 홍보를 책임지게 하는 방식은 중국의 사회주의 국가 특성을 감안하여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2007년, 첫 번째의 한국문화제 행사를 멋지게 성공시키자 다른 번화가 지역의 백화점과 지역 정부에서도 상해문화원과 함께 하는 행사는 멋지고 성공적이라는 소문을 듣고 공동 행사 개최를 제안해 왔고, 이듬해부터는 현지 백화점과 지역 정부,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와 함께 한국의 관광 홍보, 우리 농수산물 상품의 판매와 홍보를 아우르는 한국문화축제를 만들어 행사를 대규모화하면서 더욱 다채로운 행사로 만들었다.

또 상해시, 절강성 항주시, 중국의 중심부인 호북성 무한시 등의 지역에서도 그 지역의 문화축제와 박람회 등이 개최되는 시기에 맞추어 해당 지역의 정부와 백화점이나 광장의 개발상과 공동으로 한국문화축제를 만들어서 한국문화를 홍보하면서 성과도 극대화하고 우리 정부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었다.

상해시의 가장 번화가인 남경동로 야외무대에서 난타공연, 비보이 공연, 태권도 공연, 한국전통무용인 부채춤 공연 등을 펼쳐, 차 없는 거리인 남경동로가 한국문화공연을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한국문화제를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하여 문화원의 존재가치를 상해시민들에게 알리는 희열을 문화원장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매년 상해의 중심가에서 한국문화제를 개최한 기억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이런 좋은 추억거리와 행복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존경하는 김정기 총영사님, 박진웅부총영사님, 장원식 부총영사님과 영사관 동료영사들의 지원과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또 우리 교민들의 구심점인 한국상회와 개개교민들이 마음과 관심을 담아주신 덕분이다. 또 일일이 이름을 거명할 수는 없지만 항시 절 편하게 대해주고 응원해 주신 주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지면을 통해서 여러분들과 작별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신 상하이저널에 감사를 드린다. 이별은 이별이 아니요 만남임을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하현봉(전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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