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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지난 가을 학기를 떠올리며

[2010-03-15, 14:27:58] 상하이저널
“자식 보다, 남편 보다 네가 더 중요한 거야! 현실적이지 못해! 지나친 이상주의자야! 알아?”
남편에게서 한동안 들었던 말이다. 이 말들을 늘 부인하곤 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내가 그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두 아이들 대학 들어간 후 공부를 시작하라는 남편의 말을 뒤로한 채 중국에 온 후 처음으로 간 중국 대학이다. 비록 언어 과정이긴 하지만…….

강행군 했던 지난 가을 학기!
고심 끝에 갈 대학을 정하고, 버스를 두 번 갈아 타며 처음 두 달을 그렇게 다녔다. 지금 생각해도 나름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문제는 그 뒤였다. 조금씩 버거워지기 시작하며 지각도 하고, 끝내는 오토바이 아저씨를 불러 등교까지 했다. 게다가 집에 돌아 오는 길, 버스 안에서 잠들어 (물론 종점에서 내린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는 변명을 하고 싶지만) 차장이 깨우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머쓱해져서 오히려 내일 또 자면 깨워 달라는 염치 없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국적이 서로 다른 사람들 틈에서, 푸른 패기가 넘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헤매며 다녔던 그 넉 달 반의 시간은 내게 가을 소풍과도 같았다. 그런데 공부한 것은 어째 호롱불처럼 그저 희미 하기만 하고, 따뜻하고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 한 사람들만 생각이 난다.

비록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쉬는 시간이면 사춘기 소녀처럼 마냥 쪼르르 달려가게 만든 옆 반의 그녀!한 비야씨를 닮았던 경숙씨! 너무나 살갑게 대해 주고, 선한 웃음만큼이나 고운 마음씨를 지녔던 큰 언니뻘인 그녀다.

그리고 내 짝꿍, 일본 친구 유꼬!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중년의 우아함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언제나 조용하면서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짝이다. 결코 지나치지 않고, 절제 미를 보여준 그녀를 보며 따라 해보려 했지만, 개구쟁이인 나로서는 쉽지 않은, 별 소용 없는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경숙씨와 한 반이었던 마찌쯔!
너무나 맑은 피부에 어려 보여 당연히 30대 인줄 알았던 그녀가 나와 같은 40대 일줄이야. 늘 밝은 표정으로 주위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던 그녀였다. 사람들 말에 따르면 노래를 얼마나 구성지게 부르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아쉽게도 난 오후에 일하는 탓에 듣는 기회를 놓쳐 버렸다. 아직까지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 언제 들어볼 수 있을까?

경숙씨, 유꼬, 마찌쯔 그리고 열심히 강의 하셨던 중국 선생님들!
모두가 그리운 이들이다. 더불어 중국 현대 무용가를 만나 간단한 수업을 하고, 이야기를 듣는 흔하지 않은 기회를 가졌던 일은 아직도 생각이 난다.

여전히 쌀쌀한 날씨 속에 새롭게 도전하는 이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얼마 전 사다 놓은 쪽빛 항아리에 꽂은 매화와 해당화를 바라본다.
“올 한해 모두가 행복 하기를…….”

▷진리앤(truthann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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