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소리에 놀라 서둘러 옷을 주섬주섬 입고선 부엌으로 나와 의식적으로 창 밖을 내다봤다. 오늘도 길바닥에 빗물자국이 여전하다.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고 머리에 두통이 나기 시작한다. 몸이 지칠 시간도 아닌데 이 몹쓸 날씨 탓에 몸이 한없이 한없이 가라앉는다. 아이 등교가 아니라면 다시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하루 종일 찌푸려있더니, 맑은 하늘 구경하기가 그렇게도 어렵더니, 오늘도 또! 길거리가 축축해져 있고, 떨어져 젖어있는 나뭇잎사귀들에, 힘없이 뒹굴고 있는 가녀린 꽃잎들이 애처롭기가 그지없다.
동네 앞 어귀엔 엑스포 단장하느라 길이 온통 파헤쳐져 있고. 가까운 슈퍼에 나가려 해도 금새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얄밉기만 한 하늘에 우산은 챙겨야 되고. 무거운 몸에 우산하나 더 들자니 마냥 몸과 기분이 엉망이 되는 느낌이다. 녹 다운(knock down)! 된다는 게 이럴 때 어울리려는 표현이려나.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을 먹으면, 또다시 위가 아프고, 장이 탈나고, 날씨에, 갱년기에, 몸이 자꾸자꾸 무거워지면서 쳐져간다. 옆에서 남편은 비타민이며, 건강보조식품이며 이것 저것 몸에 좋다는 것들을 사들고 와서는 제발 좀 먹으라고 성화를 해대고….
‘엄마가 건강해야 가정도 건강해진다’는 작은 진리를 되뇌이면서 몸을 움직여 보려 애를 써본다. 다가올 제사상에 올릴 물김치도 담가보고, 탕국 끓이려 조개도 미리 삶아놓고, 마른 고사리도 데쳐놓고, 이래저래 에너지를 만들어보려 몸을 바삐 움직여 본다. 제사상이 걱정이시라는 시어머니 전화에,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대답에 확신을 넣어주기 위해 온 몸의 근육의 힘을 다 쏟으려 하고 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엄마의 축 쳐져 있는 모습이 그 다지 좋을 리는 없을 게다. 아이도 학교에서 마냥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닐테니까. 때론 엄마의 에너지가 필요할 테니까. ‘엄마의 간식을 생각하며 벨을 누르겠지’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날씨만 탓하고서 천근이 만근이로 축 쳐져 있는 내가 참 한심스럽다.
건강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내 몸과 마음을 가볍고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재충전을 위해 뭔가를 준비해야하는데, 뭔가에 빠져 바삐 바삐 살아가야 하는데…. 따뜻한 봄이 오면 하려던 게 뭐였는지 한번 뒤돌아봐야겠다. 꽃시장에 같이 가보자고도 했고, 재래시장에도 한번 가보자고도 했고….
학교에서, 회사에서 열심히 분주히 보내고 있을 내 가족들을 생각하자니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도 좀 맑아지는 것도 같다. 오늘 만날 이곳에서의 계모임 언니, 동생들 생각에 맛난 거 먹으면서 서로 어울려 이것저것 얘기할 생각에 입가에 살짝 미소도 지어진다. 내일은, 제발 내일부터는, 맑은 하늘이, 따뜻한 봄기운이 우리에게 찾아와주길 바래본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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