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마주치는 현대작가의 작품은 생경한 ‘날 것’의 느낌일 때가 종종 있었다. 홀로 맞닥뜨린 그림이 낯설고 불편하여 아예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림 감상은 관람자와 작품과의 ‘말없는 대화’다. 보통 이 대화는 언어 이전의 언어로 이뤄진다. 그 언어는 작품이 풍겨내는 아우라이고, 이는 직관을 통해 관람자에게 전달된다. 이 대화가 풍성이 이뤄지도록 도와주고 그 즐거움을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게 한 아트디렉터 분들과의 만남은 이번 미술관 투어에서 만난 가장 귀중한 ‘발견’ 이었다.
전시회 오프닝을 하는 려효문(吕晓文)작가와의 만남, 한국문화원에서 진행중인 한중일 3색 전시 ‘The face’와 총 디렉터와의 교류, M50에 다소곳이 자리잡은 상설화랑 샘터화랑 큐레이터님의 설명이 함께한 시대와 공간을 아우르는 전시, 가장 큰 범위의 MOCA 현대미술관에서 만난 뜨는 작가 周铁海의 ‘디저트’전 까지. 미술과 전시의 가장 처음부터 마지막 단계를 관객들이 짧은 시간 내에 가장 효과적으로 작품에 다가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의도한 본 미술관투어의 김무성 기획자와 나라나아트의 기능적 탄탄함이 엿보였다.
일정의 마지막 순서였던 화가’료강’과의 미술교실은 어쩌면 ‘상하이의 숨은 미술찾기’ 활동 중의 ‘내 안의 숨은 미술찾기’를 위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마주한 캔버스에 망설이듯 붓질을 연결해가며 우리들은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마주한 채 스스로 예술에 한껏 다가가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한 하루.’상하이의 숨은 미술찾기’는 특별히 긴장되게 배치하거나 유별나게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평온하고 담담하며 따뜻한 한 폭의 수채화와도 같은 경험이었다. 우리로 하여금 일상생활의 미학, 현실과 예술간의 새로운 관계설정, 그림과 사람, 작가와 관객간의 소통을 유도하며 미술을 한층 더 친숙하게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그 저녁, 그림이 내게 다가와 다시금 말을 걸었다.
▷하선영(sunyoung.ha@hynix-numony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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