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작품 세계로 인정받은 피카소. 고가에 매매되고 있는 그의 작품들 중에는 초년 시절 데생 작품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천부적인 소묘 실력을 지녔음에도 쉬지 않고 데생을 연습한 그의 피땀 어린 노력이 담겨 있는 작품들이다. 아무리 천재성을 지녔다고 해도 그 기본은 수천, 수만 번의 데생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창의적인 수학적 사고력과 계산력의 관계는 미술 작품과 데생의 관계와 비슷하다.
“두 자리 곱하기 두 자리의 곱셈 계산은 두 자리 곱하기 한 자리 계산을 두 번하고 난 결과를 더해서 계산합니다.”
단순한 계산 문제 같아도 이 문제를 설명한 사람은 덧셈과 곱셈 실력은 물론, 이 실력을 새로운 이론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수학적 사고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수학의 매 단원은 새로운 개념과 그 개념 적용의 연속이다. 아이들은 이를 이해하고 문제 풀이에 돌입해 반복 훈련을 하게 된다. 아이에게는 매 단원 새로운 개념을 만나는 것이 낯선 체험이며, 수학을 포함한 모든 공부는 이러한 체험의 연속이다. 연속되는 수학의 낯선 체험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열쇠가 바로 수학적 사고력이다.
어휘력이 없는 상태에서 창의적인 말과 글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아이가 터득해야 할 것은 문제를 푸는 방법이나 요령이 아니라 자신이 갖춘 능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혜, 그리고 의지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고력은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발전하고 그 난도의 차원도 높아진다. 수 개념을 큰 수와 음수로 확장시키고, 수식에 숫자 대신 ‘x’를 넣은 문제를 푸는 방정식을 배워 다시 ‘x’와 ‘y’를 사용하는 함수식을 이해한다. 고등 수학의 미적분은 이러한 함수 원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덧셈에서 뺄셈, 곱셈, 그리고 나눗셈으로 이어지는 수학적 사고력의 ‘나침반’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은 인수분해가 방정식으로 이어지는 원리를 스스로 풀어가지 못한다.
이렇게 수학적 사고력의 틀은 계산력 단계부터 잡아 나가며 이 시기 수학 학습 과정이 사고하는 습관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서술형 평가 비중이 높아지고 풀이 과정이 강조되는 정책에 맞춰 부랴부랴 중간식을 억지로 쓰게 만드는 등의 미봉책이 쉽게 통하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이의 수학 공부를 체크할 때는 문제를 얼마나 많이 맞고 틀렸는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끊임없는 계산력 훈련이 수학적 사고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차곡차곡 수학적 사고력이 쌓여야만 어려운 응용문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푸는 창의적 사고력으로 발전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수학을 싫어한다. 근의 공식은 수도 없이 봤고 달달 외우는데 방정식 답은 손쉽게 나와주지 않는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꾸만 틀리니 싫어한다. 하지만 이것은 기초실력이 부족해 수학적 사고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수학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면 수학이 재미있을 수 없다. 그리고 계산력 훈련을 외면하면 수학적 사고력은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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