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터치가 뭐 별거겠어?

[2010-05-30, 05:00:02] 상하이저널
얼마 전, 쉬자후이에 나갈 일이 생겼다. 9호선이 생겨서 편리해졌다는 말을 늘상 들어왔던지라 한번 타 보기로 맘먹고 가까운 역으로 갔다. 승차권을 사러가니 자동 판매기 앞에서 어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녀딸로 보이는 아일 데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가까이 얼굴을 내밀고 들여다보니, 터치가 잘 안되고 있었다. 갈 목적지를 찾긴 찾았는데 터치를 겁내어 살짝 대는 둥 마는 둥 하니깐 자막이 그걸 인지하지 못해서 시간이 걸리고 있었던 것. 도와달라는 눈 표정에 내가 그분들의 목적지를 꾹 눌러주자 그네들이 원하는 자막으로 바뀌어졌다. 문맹인들도 아닌데, 글자만 알면 다 할 수 있는 일인데도, 한낱 도화지 크기 밖에 안되는 기계 앞에서 쩔쩔매는 그네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어쩜 내 모습인 것 같아 씁쓸했다.

큰아이와 남편은 이미 터치 폰에 익숙해져있는데, 나만 헤매고 있는 건 사실이다. 잘못 만져서, 엉뚱하게 터치했다가 저장되어있는 자료라도 없어질까봐, 행여 고장이라도 날까봐,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노심초사하다가 손에서 그만 놔버리고 만다. 쉽게 망가지지 않으니까 해보라고 옆에서 권하긴 하지만 선뜻 사용할 용기가 스스로에게서 나지 않는 건 사실이다.

거실 TV옆에 얼마 전에 구입한 ‘이동식 디지털 사진첩’이 놓여있다. 그 동안 컴퓨터에 저장해놓았던 사진들을 메모리칩에 옮겨, 굳이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을 안해도 자동으로 몇 초마다 사진들을 바꿔가며 보여주는 기계이다. 소파에 앉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근데 문제는 이것도 터치로 작동 된다는 것. 보고 싶은 장면을 좀 더 길게, 혹은 처음부터가 아니라 중간부터 보려면 터치를 해서 조정해야 하는 것. 딸아이는 귀찮다고 가르쳐주질 않으려 한다. 아니, 직접 해보라고 한다.

“망가질까봐 그러지, 그러다 혹시 사진이라도 날아가 버리면 어떡하니?”
“그럴리 없거든요.”

이것 저것 핑계를 대도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 한번 해보자’ 싶어 점심을 먹고 난 한가한 틈을 타서, 사진첩을 들고 이것 저것 터치를 해봤다. 아이의 말대로 기계는 고장 나지도 않았고, 도리어 난 터치해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을 좀 더 오랫동안 보는 방법도 익혔고, 처음부터가 아니라 중간에서 시작하려면 뭘 터치해야 하는지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역시 터치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면 되는 것을, 안 해본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시도해보려고도 하지 않은 내가 조금은 부끄러웠다. 아이를 키우면서, 늘 용기를 준다고 했던 말이었는데,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해야겠다.
“그래! 할 수 있어! 글자를 아는데 터치가 뭐 별거겠어?”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국인 선물, 알고 해야 실수 없다 hot [1] 2014.07.21
    선물이란 주는 사람의 정성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의 마음도 뿌듯하고 흐뭇해야 제 구실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숫자나 색상, 물품 등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
  • [교육칼럼]중3 졸업생들의 진로 2010.05.31
    요즘 학습코칭으로 중3 예비졸업생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첫 시작부터 ‘이 시간에는 공부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다.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
  • 에어컨 청소할 때 꼭 알아야 할 것 2010.05.30
    깨끗하게 여름 맞기
  • 공부의 달인-SAT 고득점 받는 법-➀ 2010.05.30
    미국 학생들의 수능이라 불리우는 SAT는 미국 고등학생들의 수준에 맞춰져 있어 외국인이 높은 점수를 받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SAT 2390점으로 상하이를 놀라게..
  • [건강칼럼] 여름 날씨, 식중독 주의보 발령 2010.05.30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중독을 비롯한 소화기 질환은 본격적인 무더위에나 시작될 것으로 생각해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쉽다. 그러나 한여름보다는 식품 위생에 대한 주의력이..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입국하면 즉시 휴대폰 불심검문?..
  2. 다종뎬핑, 올해 '필수 맛집'은 어디..
  3. 中 청소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경기..
  4. 시가총액 9조 하이난항공, 하루 만에..
  5. 베이징, 첫 주택 선수금 30→20%..
  6. 동남아로 눈 돌리는 中 반도체 기업…..
  7. 中 여름방학 관광 열기 고조…항공권·..
  8. 中 2분기 신규 주택 공급 전월 대비..
  9. 전국적으로 수포성 전염병 비상
  10. 10대 증권사가 바라보는 하반기 A주

경제

  1. 시가총액 9조 하이난항공, 하루 만에..
  2. 베이징, 첫 주택 선수금 30→20%..
  3. 동남아로 눈 돌리는 中 반도체 기업…..
  4. 中 여름방학 관광 열기 고조…항공권·..
  5. 中 2분기 신규 주택 공급 전월 대비..
  6. 10대 증권사가 바라보는 하반기 A주
  7. 2030년 중국 자동차 글로벌 점유율..
  8. 中 상반기 택배량 800억 건 돌파…..
  9. 中 자국민 홍콩·마카오 면세 한도 5..
  10. 마이크로소프트, 中 공식 오프라인 매..

사회

  1. 中 입국하면 즉시 휴대폰 불심검문?..
  2. 다종뎬핑, 올해 '필수 맛집'은 어디..
  3. 中 청소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경기..
  4. 전국적으로 수포성 전염병 비상
  5. 판다 기지에 애완동물 몰래 동반한 관..
  6. 中 언론 “신입생 부족한 韓고교, 중..
  7. 중학교 한 반에서 2명이 뇌 수막염으..
  8. 中 ‘관광의 자유’ 전면 추진? 관광..
  9. 포동한국주말학교 “야호~ 여름 방학이..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44]돌봄과 작업

오피니언

  1. [김쌤 교육칼럼] 다시 진로교육을 생..
  2. [금융칼럼] 중국银联 ‘유니온페이’..
  3. [무역협회] 신흥 산업 발전, 중국이..
  4. [금융칼럼] 피할 수 없는 사이 ‘금..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