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쉬자후이에 나갈 일이 생겼다. 9호선이 생겨서 편리해졌다는 말을 늘상 들어왔던지라 한번 타 보기로 맘먹고 가까운 역으로 갔다. 승차권을 사러가니 자동 판매기 앞에서 어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녀딸로 보이는 아일 데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가까이 얼굴을 내밀고 들여다보니, 터치가 잘 안되고 있었다. 갈 목적지를 찾긴 찾았는데 터치를 겁내어 살짝 대는 둥 마는 둥 하니깐 자막이 그걸 인지하지 못해서 시간이 걸리고 있었던 것. 도와달라는 눈 표정에 내가 그분들의 목적지를 꾹 눌러주자 그네들이 원하는 자막으로 바뀌어졌다. 문맹인들도 아닌데, 글자만 알면 다 할 수 있는 일인데도, 한낱 도화지 크기 밖에 안되는 기계 앞에서 쩔쩔매는 그네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어쩜 내 모습인 것 같아 씁쓸했다.
큰아이와 남편은 이미 터치 폰에 익숙해져있는데, 나만 헤매고 있는 건 사실이다. 잘못 만져서, 엉뚱하게 터치했다가 저장되어있는 자료라도 없어질까봐, 행여 고장이라도 날까봐,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노심초사하다가 손에서 그만 놔버리고 만다. 쉽게 망가지지 않으니까 해보라고 옆에서 권하긴 하지만 선뜻 사용할 용기가 스스로에게서 나지 않는 건 사실이다.
거실 TV옆에 얼마 전에 구입한 ‘이동식 디지털 사진첩’이 놓여있다. 그 동안 컴퓨터에 저장해놓았던 사진들을 메모리칩에 옮겨, 굳이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을 안해도 자동으로 몇 초마다 사진들을 바꿔가며 보여주는 기계이다. 소파에 앉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근데 문제는 이것도 터치로 작동 된다는 것. 보고 싶은 장면을 좀 더 길게, 혹은 처음부터가 아니라 중간부터 보려면 터치를 해서 조정해야 하는 것. 딸아이는 귀찮다고 가르쳐주질 않으려 한다. 아니, 직접 해보라고 한다.
“망가질까봐 그러지, 그러다 혹시 사진이라도 날아가 버리면 어떡하니?”
“그럴리 없거든요.”
이것 저것 핑계를 대도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 한번 해보자’ 싶어 점심을 먹고 난 한가한 틈을 타서, 사진첩을 들고 이것 저것 터치를 해봤다. 아이의 말대로 기계는 고장 나지도 않았고, 도리어 난 터치해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을 좀 더 오랫동안 보는 방법도 익혔고, 처음부터가 아니라 중간에서 시작하려면 뭘 터치해야 하는지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역시 터치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면 되는 것을, 안 해본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시도해보려고도 하지 않은 내가 조금은 부끄러웠다. 아이를 키우면서, 늘 용기를 준다고 했던 말이었는데,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해야겠다.
“그래! 할 수 있어! 글자를 아는데 터치가 뭐 별거겠어?”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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