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억에 달하는 중국 농촌인구의 도시로의 대이동이 조만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저장(浙江)성은 이르면 내년말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주민들에게 기존 도시민과 같은 사회보장 혜택을 줘 도농 주민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신화통신이 5일 보도했다.
독특한 호구(戶口ㆍ호적) 제도를 운영중인 중국은 농촌에 호구를 둔 농민이 도시로 이사할 경우 의료 교육 사회보장 혜택을 주지않는 것은 물론, 취업 주택구입 등에까지 불이익을 줘왔다. 중국 중앙정부가 호구제 개선ㆍ폐지 방안을 검토중인 가운데 성(省) 차원에서 처음 나온 저장성의 이 같은 발표는 중국 전역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저장성 당위원회와 성정부는 이날 “도시와 농촌을 확연히 구분하는 호구제는 새 주민등록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새 제도에서는 농촌 이주자들도 기존 도시 주민들이 누리는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간 농촌에서 살다가 도시로 이주해 날품팔이로 일해온 8,000만명의 민공(民工)들은 농촌 호구자라는 이유로 의료는 물론 자녀교육 혜택도 입지 못했다. 2004년말 현재 민공인 부모를 따라 도시로 이동한 학생은 640만명인 반면, 2,200만명의 아동들은 도시로 간 부모와 떨어져 농촌에서 홀로 지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1950년대 중앙정부가 농산물 가격 억제책을 수반한 중화학 육성정책을 펴면서 농촌인구의 도시유입을 막기 위해 시행했던 호구제는 사회보장 혜택을 줄 능력이 있는 중국 동남부 해안 지역에서부터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가 확산될 경우 중국 농촌인구의 급감과 도시인구 급증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중앙정부도 최근 농촌 호구자라도 도시에서 의무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무교육법을 개정하는 등 점진적으로 호구제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