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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내가 지금 가족에게 줄 수 있는 것

[2010-06-12, 05:00:45] 상하이저널
매번 맞는 계절이건만 늘 겁부터 나는 상하이의 여름, 요즘 같은 초여름 날씨가 유난히 고맙고 신선하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살랑 부는 바람과 푸르게 우거진 나뭇가지들, 여린 잎사귀가 예쁜 풀꽃들, 그것들 위에 살짝 얹힌 맑은 햇살…. 창 밖을 내다보는 나까지 그들과 함께 잘 어우러진 풍경이 되어 살아있음을 맘껏 즐기고픈 마음이다.

하지만 오늘 나에게 충만한 생명의 시간은 또 다른 누구에겐 더욱 가혹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같은 시기에 상하이에 와 함께 아이들 크는 걸 보며 지내던 지인이 한국의 한 요양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왜 미리 몸을 잘 돌보지 못했나 싶어 안타깝고 그토록 아끼는 가족을 남겨두고 가야 하는 그 마음을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게 아프고 슬프다.

소식을 접하며 나도 모르게 집안에 가득한 살림들을 여기 저기 들여다보게 되었다. 늘 치우고 버리며 사는 데도 구석구석 무슨 잡동사니가 그리도 많은지, 아이들 방에서도 멍하게 서있다가 상자를 들여다보니 큰 아이가 어릴 때 쓰던 일기장들이 나온다. 새삼스럽게 어린 딸이 눈 앞에 있는 듯 웃음이 났다. 하지만 내용은 동생 편만 들어주는 엄마를 원망하며 외롭고 답답하다는 하소연만 가득하다.

“엄마는 엄마 말 다 들어주고 무조건 편들어 주는 그런 친구 있어? 엄마도 그런 친구가 필요하지?”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마구 쏘아대는 아이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어이구, 벌써 7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사춘기도 얼추 다 지나 나와 속마음을 나누는 좋은 친구로 자라고 있지만 어린 마음에 제 딴엔 힘들었겠다 싶어 밑에다 내 마음을 담아 답글을 써주고 이것 저것 추억이 될만한 물건들과 함께 다시 상자에 넣어 두었다.

언젠가 딸아이가 보곤 미소를 짓겠지. 아이들 초등학교 무렵까지 써준 육아일기가 있는데 가끔 꺼내 읽어보면 아이들이 자라는 세밀한 모습들과 내가 느꼈던 기쁨들이 자유롭게 숨쉬며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게 아이들을 놓아주는 여유를 갖도록 나를 환기시키고 감사하는 마음을 품게 한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과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을 쓰고 싶을 때가 많지만 생각과는 달리 여간 해선 펜을 들지 않게 된다.

그러나 내가 지금 가족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 가장 필요한 것, 가장 급한 것은 바로 무심히 흘러가는 일상의 시간 속에 내 사랑을 담아 주는 것, 아낌없이 내 마음을 다 주는 것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육아일기도 부지런히 쓰고 서로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대화의 깊이를 더 쌓아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 삶 속에 있는 그 흔적들로 인해 ‘엄마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를 이렇게 사랑하는구나’라고 더 깊이 알 수 있게, 언제든 그 생각을 하면 행복하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왜 우리는 이런 평범한 진리를 아픔을 통해서야 절실히 붙잡게 되는 걸까? 지인의 회복을 빌며 가족과 함께하는 그의 하루 하루, 아니 한 시간, 일분 일초의 시간이 그에겐 평안을, 가족들에겐 슬픔과 그리움을 넉넉히 이겨낼 만한 사랑을 담을 수 있는 축복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구름에 실린 달팽이(geon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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