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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바람난 가족

[2006-05-08, 21:34:05] 상하이저널
아파트 화단의 꽃들이 인공이 아닌 자연의 바람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움추린 어깨 때문에 눈앞의 시야를 90도 이상 올리지 못했던 나도 오랜만에 하늘도 올려다보고 고개 돌려 늘어진 수양버들도 본다. 겨울이면 온돌 있는 집이 부러워 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아도 눈앞에 확 트인 황포강을 바라보거나 푸른 물색을 드러낸 야외풀장을 바라보는 기쁨이 커지는 것을 보면 온돌 없는 집에도 집 가득히 봄이 온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친분 있는 동생들이 신문에 실린 '봄 꽃 감상하기 좋은 곳'을 들고 와서는 어디 꽃구경이라도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중국' 하면 넒은 땅덩어리만큼 얼마나 볼 것도 갈 곳도 많은가! 하지만 손님들 오실 때마다 항주, 소주를 수시로 다닌 것 말고는 막상 중국내의 여행을 자주 다니지도 못한 것 같다. 상해에 4년째 살면서도 한국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뻔히 아는 유명하다는 곳을 가본 것이 손꼽을 정도이니 말이다.

계절이 좋으니 남편의 한국 손님들도 많아진다. 일로 오시는 분, 친분으로 오시는 분, 운동 좋아서 오시는 분, 하다못해 누구 인맥으로 신세 지러 오시는 분.... 그러니 남편 얼굴보기가 더 어렵고 상해를 떠나 있는 시간도 허다하다. 앞집, 옆집 얘기를 들어봐도 외국에 나와 있으면서도 출장이 잦고, 상해에 계셔도 귀가가 늦으시는 경우가 많아서 '거의 과부처럼 살아요' 하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이번 주에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일주일간 단체 여행을 떠난다. 비행기를 타야하니 여권도 챙기고, 서안이니 난징이니 하며 짐 싸는 모습을 보니 '이제 다 컸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이번 주는 남편도 아들도 없이 나 혼자 덩그마니 혼자 있겠네' 싶다.
사실 생각하면 이런 기회가 또 있겠는가? 전에는 어디를 가고 싶어도 딸린 가족 때문에 혼자 어디를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회(?)가 오는 것이다.

나도 빨리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오늘 저녁에는 이 신문 저 신문 들척이며 여행사 전화 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아직은 중국에서 혼자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발목 잡는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우리 집이 텅 비는 것은 상해의 유혹적인 봄빛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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