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작은 아인, 엄마 몸에서 파스냄새가 난다며, 코끝으로 뭔가 자극적인 냄새가 들어오는 양, 킁킁거리더니 이내 두 눈을 살짝 찡그리는 시늉을 한다.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자고 일어나면 몸이 찌뿌둥하면서, 신체의 한 부위가 불편하고 결려오기 시작한다. 밤새 더운 습기와 열기에 에어컨을 켜고 잔 것이 몸에 한기를 불어넣어서 일까, 아니면 잠자는 자세가 바르지 못한 탓일까, 어쨌든 몸이 영 편치 않은 건 사실이다. 이럴 땐, 병원에 가기엔 뭔가 덜 심각한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지내기엔 조금은 생활이 불편하고 해서 찾게 되는 게 바로 이 파스인 것을. 그리고 이 파스를 붙이고 있으면 뭔가 근육이 풀리고 있는 듯한 마음의 안도감도 느껴지고….
습도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무더위가 다가옴에 따라 어김없이 찾아드는 손님, 모기! 반갑기는커녕, 귀찮기만 하고 그저 짜증덩어리인 얘네들이 머물고 간 자리엔 영락없이 난, 또, 또 다른 파스를 발라대기 시작한다. 한참을 파스로 문지르고 있자면, 그래도 덜 가렵기도 하고 시원한 감도 느껴져 기분이 한결 나아지기 때문. 파스를 바르지 않고서 피부를 벅벅 긁어서 피가 나게 하고 상처가 나게 하느니보다는, 그래도 작은 아이 눈살 찌푸리는 모습을 뒤로 한 채로 시원한 파스를 문질러대는 게 한결 기분전환이 된다고나 할까.
부실한 신체구조에, 불편함이 자꾸 성가시게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내 가방엔 요즘 같은 시기엔 파스가 필수품인양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집이 아닌 곳에서도 행여 모기에게 물리기라도 하면, 얼른 파스를 꺼내 연신 문질러댄다. 냄새가 향기롭지 못해 주변의 사람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참을성이 자꾸 부족해지고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또다시 파스를 꺼내 들고야 만다. 어쩌다 파스를 깜빡 잊고 준비하지 못한 날은 그야말로 부주의한 나 자신이 얄밉기까지 할 때도 있다.
지난번 여행길에서도 파스는 역시 나의 꼭 준비해야 했던 물품 중 하나였었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지친 몸이 되어서도 저녁에 호텔에 돌아와선, 자기 직전에 파스를 꼭 바르곤 했었다. 건강한 내일을 보내기 위해서 반드시 치러야 하는 의식인양 몸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어줄 것이라 굳게 굳게 믿으면서. 비타민을 섭취하듯 그렇게 파스를 바르곤 했었다. 그런데, 확실히! 파스를 바르고 자고 난 다음날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었다. 이렇다 보니, 난 참 그야말로 파스 마니아가 되어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 아울러 파스를 발명해낸 사람이 갑자기 궁금하기도 하고, 경탄을 보내고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파스가 내 곁에 있어 내 생활이 덜 불편해서 너무 좋다. 어쩌면 파스는 내게 있어 플라시보(placebo-가짜 약 효과, 일시적인 위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파스를 늘 가까이 둘 수 있어 너무 좋기만 하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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