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대학 강단에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상하이에 와서 한국 학교에 근무하게 되었다. 학생들을 보며 느낀 것은 그들이 자라고 있는 좋은 환경에 비해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그래서 작년에는 미술관련 영상물 제작과 설치 미술, 북아트 만들기를 통해 학생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 수업은 생각보다 힘들긴 했으나 학생들이 보여준 기대 이상의 열정은 나를 감동시켰고, 많은 학생들이 땀 흘림의 성과를 느끼는 것을 보며 보람도 느꼈다.
이렇게 막상 수업을 해보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아이들의 훌륭한 작품이 많은데, 그런 작품들이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묻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래서 학생들의 작품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과, 학생들이 자신의 그림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 추진하게 된 것이 이번 11월 16일부터 11월 27일까지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열릴 예정인 상해한국학교 미술 전시회이다.
이 전시회에서는 2010년 미술 수업 중에 그린 100여 점의 캔버스화, 30여 점의 채색화와 더불어 다양한 학생들의 영상 작품을 보여줌으로써, 평면과 영상의 여러 가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년 2학기에 창단된 상하이한국학교 미술반(C.I.A: Creative Impressive Art club) 학생들(벽화동아리) 이 1학기 동안 프로젝트로 진행한 대형 벽화 두 점이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2m X 3m 대형 책거리도와 우리나라 고구려 시대 벽화 수렵도이다.
학교에 걸려질 대형벽화 그림은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민화 ‘책거리도’를 현재 학생 신분과 실정에 맞게 현대화 시킨 현대판 책거리도이다. 학교 교육이라는 측면과 현대적 책거리라는 아이템을 우리 전통의 민화와 연결시켜 독특한 구성과 동아리 학생들의 생각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우리나라 고구려 시대 벽화 수렵도 역시 200호 (200cm X 240cm) 의 대형그림으로 18명의 학생들이 파트를 정해서 아이템 구상과 밑그림 자료 수집을 해가면서 열심히 작업 중이다.
문화적으로 부족함이 많은 이국땅에서 자라는 학생들은 이번 상하이 문화원에서의 전시가 인생에 있어서의 어떤 출발점과 희망을 제시해주는 의미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아무리 향기가 좋고 아름다운 꽃이 있다하더라도 그 꽃이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지 않는 이상, 그 꽃은 피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이 심은 씨앗의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이것이 단지 우리 학교학생들만의 축제가 아닌 상하이 전 교민사회에 신선한 자극이 되어, 문화적으로도 더욱 다양해지고 아이들로 하여금 꿈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준희(상해한국학교 중•고등부 미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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