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자체만 공부해서는 안돼World English 연구분야에서 잘 알려진 English as a Global Language의 저자 David Crystal 박사가 지난 7월 서울대에서 ‘The Future of Englishes’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David Crystal 박사는 권력화된 English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2050년쯤에는 영어가 소위 ‘Globish’(Global English를 줄여만든 말)로, 온 세계의 제1언어가 될지 모른다고 까지 이야기를 한다.
한 때는 어떤 나라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배위치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그 언어 또한 같은 운명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라틴어, 독일어, 스페인어도 한 때는 세계의 지배언어로서 위용을 떨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교류의 속도가 국경이나 거리와 같은 물리적 장벽을 뛰어넘어 빨라지고, World Englishes와 같은 개념의 등장으로 영미권 영어만이 아닌 비영미권 영어‘들’을 영어로 인정을 하면서, 영어의 위치는 어떤 정치나 경제의 광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어로 자리매김 할 듯 하다.
한 때 한국에서는 ‘conversation class’이니, ‘free-talking’과 같은 기초적인 회화실력 (BICS--Basic Interpersonal Communicative Skills)에 초점을 맞춘 영어교육이 대세였었다. 그러나 점차 언어교육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영어 회화만이 아닌 인지적이고 아카데믹한 영어실력(CALP—Cognitive Academic Language Proficiency), 즉 영어로 생각하고 토론하고 읽고 쓰는 실력이 점점 중시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에서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나 블로그, 트위터와 같은 자기표현의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영어로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성인의 경우 자기 전문분야를 영어를 통해 표현하고 협상하는 능력이 업무성과에도 중요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학생들이 아카데믹한 영어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조건 영어 자체만 공부하려고 하려 하지 말고 한국 역사, 한국 문화, 과학, 수학, 사회, 예술 등등 모든 학과목 공부도 밸런스 있게 해서 그 분야의 지식을 아카데믹한 영어로 글로벌 시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아카데믹한 영어실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릴 때는 학교 생활이나 일상 생활에 대한 주제를 생각해보고 쓰는 훈련을,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사회적 이슈들이나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해서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 또한 평소 글을 읽으면서도 내용을 깔끔하고 명료한 한 두 문장으로 요약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도 전달력 있는 말하기와 글쓰기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아무리 영어 자체가 중요해진다 하더라도 영어는 단지 그릇자체일 뿐이란 점이다. 그릇만으로 식탁을 차릴 수는 없다. 그릇은 담긴 음식을 빛나게 해주는 것일 뿐 그 자체로는 식탁의 주인이 될 수 없다. 한 때 영미권에서 교육받은 증거나 높은 공인영어점수가 한국에서 더 나은 사회적 위치를 보장해주던 때가 있었다. 경쟁력에 민감한 한국사회가 영어능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영어실력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도리어 조직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영어실력이 경쟁력을 위한 조건일 수는 있으나 권력과 우월감을 누리기 위한 수단일수는 없다. 이제 한국사회가 더 많이 성장하여 예전과는 달리 언어실력으로만 인재를 평가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상하이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며 교육적 혜택을 얻은 학생들은 그 자체의 이력에만 의지하기보다 영어라는 수단으로 나의 다른 경쟁력을 더 빛내고 더 똑똑하게 표현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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