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개최된 G20 정상회의는 워싱턴, 런던, 피츠버그, 토론토를 거치면서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금융시장 개혁과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경기회복과 연계된 출구전략의 모색, 재정건정성 확보 문제 등을 논의하였다. 제5차 서울회의는 그동안의 논의를 매듭짓는 자리였으며, 환율과 경상수지 불균형, 글로벌 금융안전망, 개발, 무역자유화, 금융기구• 규제개혁, 에네지, 반부패 등을 비롯하여 세계경제 질서의 흐름을 균형성장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두고 11월12일 막을 내렸다. 이와 더불어 ‘강력하고 지속가능하며, 균형잡힌 성장’을 위한 ‘서울 개발컨센서스’를 채택하였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는 미국이 6천억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조치를 발표하였고, 브라질 등 일부국가의 자본이동 통제 및 보호무역주의 경향 등 어려운 상황에서 개최되었으나, 앞으로 세계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고,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서울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하여G20체제가 단기적인 위기 극복 매커니즘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 거버넌스로 옮겨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미국과 중국간의 환율 갈등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경상수지 등 경제불안의 원인을 해결하는데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제안했던 ‘개발’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의제가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서울선언에 포함된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서구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개발 이념을 반영한 ‘위싱턴 컨센서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균형성장과 지구적 차원의 파트너십 등 개도국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개발방식인 ‘서울 컨센서스’를 도출했다는 점도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G20 정상회의를 통하여 한국은 세계 경제불균형과 환율 등 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실질적 성과를 냈고, 이는 우리의 국격을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동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지속적이며 균형된 성장을 보장하는 최적의 규범을 만들어 냈다. 이를 통하여, 한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주도하면서 한국의 리더십을 전세계에 알렸다. 단순히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질서의 ‘게임의 룰’을 바꾸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저개발국의 이해를 반영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신흥 리더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도 거두었다.
한국이 36년간 일본에 의한 식민지 수탈과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에서 벗어나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G20회의를 주관한 것을 프랑스의 르몽드는 ‘한국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6.25와 베트남전에서 흘린 ‘피’와 중동의 사막에 뿌린 ‘땀’, 그리고 권위주의 체제에서 자유를 유보했던 ‘인내’로 이룩한 성과이다. 한국은 한때 원조를 받던 세계 최빈국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변신에 성공한 나라이자 아시아에서 처음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나라로 기록되었다. 그 동안 우리의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시대가 이제 세계인들이 격찬하는 ‘코리아 프리미엄’시대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G20 정상회의를 통하여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한층 격상되었으며, 이제 전세계 어디에서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내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서울시는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서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 주요국의 정상 일행 등 손님을 맞이하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서울의 발전상을 세계에 유감없이 소개하였다. 많은 외신 기자들이 서울의 발전상을 취재하는데 열을 올렸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면서도 활기찬 서울의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또한, 우리의 문화와 기술력과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게 된 것도 부수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G20 정상회의를 통하여 한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가교역할을 충실히 하였으며, 국제적 위상에 있어서도 세계 경제의 ‘규칙준수자’에서 ‘규칙제정자’로 격상되었다.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을’ 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이번 서울 정상회의의 결과물들은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코리아 프리미엄’이 지속되어 한국의 장기적 발전에 기여하게 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회외동포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성원이 필요하다.
▷구본학(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