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습의 중요성이나 기억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억에 관하여>(1885)에서 그는 새로 입력한 지식은 습득 직후 가장 빨리 소실되며, 그 후 9시간 동안 급격히 사라진다는 ‘망각곡선’을 제시했다. 그의 연구는 이 후 많은 교육학자들에게 인용되며 복습의 중요성과 암기의 효과성에 관한 학습법 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
필자에게 에빙하우스를 소개(?)시켜 준 분은 제 고등학교 은사님이셨다.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은 없다는 압박에 시달리던 고 3 의 까탈스런 제자, 그러나 잠이 많아 쉬는 시간 종만 울리면 책상을 침대로 책을 베게 삼아 잠부터 청하던 제자, 외우는 건 머리가 나빠 안된다며 암기과목은 포기라고 선언한 고집 센 제자에게 선생님은 수업 끝나고 딱 5분 아니, 3분만이라도 수업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났던 일을 ‘빠른 속도’로 머리 속에 재생해보라고 말씀하셨다.
복습 시간은 수업 시간의 양에 비례한다고 생각했었던 나는 그 5분의 복습법이 영 탐탁치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한 시간 수업을 다 복습하라고? 괜히 귀한 수면시간 5분이 줄어드는 건 아닌지 손해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한 번 시험해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수업을 머리 속에 다시 재생해보는 일은 정말 3분이면 가능한 일이었다.
선생님이 수업 시작 전 으레 건네시는 농담부터 판서하시던 내용, 밑줄 긋던 부분, 노트에 옮겨 적던 내용 등을 하나하나 떠올려보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교과서나 노트에 표시하는 그 잠깐의 시간이 나중에 혼자 복습해야 하는 시간을 대폭 줄여준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암기과목은 그래프나 도표가 많아, 이러한 연상방법은 그림과 수업내용을 기억의 덩어리로 뭉쳐주어 훨씬 암기하기 수월하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굳이 연상을 한다고 책상에 앉아 폼 잡으며 아이들의 주목을 끌 필요 없이, 이 방법은 화장실을 가면서, 간식을 사먹으러 매점으로 달려가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 복습방법은 다음에 선생님에게 질문해야 할 부분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빨리 파악하고,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말이다.
머리도 위처럼 소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먹고 난 직후 뛰기 시작하면 소화에 필요한 혈액이 부족해져 배가 아픈 것처럼, 치열하게 공부하고 난 뒤 바로 다른 input을 받아들이면 머리도 배운 내용을 미처 소화해내지 못하게 된다. 사실 학생들에게 복습이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은 눈을 뜨고 눈을 감기까지 하루의 일상이 정보의 주입 혹은 습득으로 구성되어 그 많은 정보를 소화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해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수업이 끝난 직후 가장 생생하게 기억들이 활개 할 때 이를 하나하나 모아보면 그 작은 고리들이 긴 사슬이 되어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복습을 마무리하기 전, 항상 수업 자체나 배운 내용 중 기분 좋게 했던, 재미있었던 순간을 함께 떠올려보자. 많은 학생들에게 공부는 늘 부정적인 느낌과 함께 한다. 나의 한계를 발견하는 순간은 그리 유쾌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수업이 끝나자마자 해방감에 자리를 박차고 매점으로 뛰어가지 않고, 잠시 즐거운 기억과 함께 복습의 뜸을 들이고 나면 헝클어진 내용을 정리했다는 자신감과 함께 긍정적인 기분이 들면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수업 후 작은 5분, 아니 3분이라도 복습에 투자하여 배움의 기를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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