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중국에 진출한 월마트가 노조 허용을 놓고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보도했다.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월마트이지만 중국 시장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해 중화전국총공회(ACFTU)의 월마트 노조 결성을 더 이상 묵과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마이크 듀크 월마트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는 이달초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전국 58개 월마트 지점에서 노조 결성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노조 설립 거부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는 또 "노조 설립에 동의를 하지 않는게 아니라 근로자의 요구가 있을 때 노조 설립에 반대하지 말라는 중국법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마트의 대변인은 "몇몇 노동자들이 설립과 관련한 논의를 가진 것은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전체의 이익으로 표면화되지 않는 한 노조 설립을 지원할 명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즉 월마트는 근로자의 명백한 요구가 있을 때 노조 설립을 허용하라는 중국 노동법 관련 규약을 위반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변인은 또 "전체 임금의 2%를 조합비로 내야 하는 규정도 준수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 비용을 중화전국총공회에 납부하지 않고 노동자들 스스로가 어떻게 쓸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유일한 산별 노조 집합체인 중화전국총공회는 지난 2004년부터는 노조 설립에 비협조적인 다국적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놓고 노조 허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그러나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복리 후생 개선을 요구하는 일반적인 노조 단체가 아니라 공산당이 노동자를 장악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회장인 왕 자오궈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소속이다.
총공회의 왕 잉은 "월마트가 노조 결성에 반하는 행동을 계속해서 취할 경우 중국 전체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공회의 반발을 사고 있는 월마트는 어려운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월마트는 중국 전역에 58개 점포를 운영중이며 고용 인원만 3만명에 달한다. 까르푸보다 중국 시장 장악에 뒤쳐진 월마트는 앞으로 올해만 20개 점포를 더 열고 공격적 경영을 감행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월마트의 아웃소싱 기지로 활용할 정도로 중국 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국 정치권과 더 이상 대립할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중화전국총공회는 현재 30% 수준인 다국적 기업의 노조 가입률을 올해 60%로, 2007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 아래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어 월마트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