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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이야기] 술과 망년회

[2010-12-25, 01:44:48] 상하이저널
중국에 살면서 예전에 “한국인은 유능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한국인은 술은 잘 마신다”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무엇이든지 잘하면 좋은 일이련만 왠지 이 얘기는 그리 썩 유쾌하게 들리질 않는다. 많이 마신다가 잘 마신다의 의미로 잘못 표현되고 있음에 겉 표현만 포장된 껍데기를 가지고 마치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인양 뿌듯해 하는 부류를 보며, 필자 또한 글을 쓰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젊은 시절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는 우리네 교훈이 새삼 꼭 필요한 구절로 가슴에 와 닿는다.

얼마 전 출장 중 공장 매니저와 대화 중에 거래가 있는 다른 한국인 얘기를 하길: 반찬은 입에 맞질 않아 하나도 못먹는다며, 술만 있으면 된다면서 밤새 술만 먹더라며 웃고 있는 모습이 왜 이리도 화가 나든지. 뭐 술 먹고 실수를 안하면 그만이겠지 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또한 새삼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점차 자국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 속에서 활동하는 비즈니스맨들로서는 술이라는 식사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거의 모든 BIZ Man들에게는 기초 중에 기초이기에 더 이상 거론할 대상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가끔 선후배들과 술을 먹다 보면 사소한 논쟁이 빌미가 되어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젠 한 해를 정리하며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다. 때문에 엄청 많은 망년회가 준비되고 무차별적인 음주시간이 주어지게 된다. 잘 참다가 한 순간 무너지는 사례를 절대로 조심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몸 상하고 맘 상하고, 나중엔 사업마저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영향이 온다면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음주 후의 안타까운 사례들은 다양하다; 지난밤의 일은 기억을 못한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상대가 시비를 걸어와 그랬다는 자기 합리화로 자신의 잘못된 시간을 모면하려는 부류, 더 나아가 자신은 당당하다고 주장을 하는 부류, 나이로 술을 마시려는 부류, 술값을 지불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황제인양 실력행사를 하는 부류, 본인 얘기를 안들어 주면 고집을 피워 불쾌감을 주는 부류, 몇 차례이고 음식점을 바꿔가며 술이 술을 먹을 때까지 마시는 부류, 술 마시고 괜히 시비를 거는 부류 등등 그 사례들 이면에는 나름 다 이유가 있겠지만, 그저 잘못된 음주습관의 악과(恶果)일뿐이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착각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위에 열거한 사례들 속에 필자 또한 책임을 면키 어려운 경험들이 많은 바, 일일이 찾아뵙고 사죄를 못한 점 지면을 통해서나마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빌어본다, 제발 올 망년회때는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 또한 그런 실수를 안하게 해달라고….

송구영신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맘이 풀어질 수도 있겠고, 올해 농사를 뒤돌아보며 우울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연유이던지, 모든 일은 자신으로부터 발생한 거라 생각하자. 몇 번이고 역지사지를 강조해도 자꾸만 망각하게 하는 사회현상 탓으로 또다시 상대가 미워지고 증오가 일어나는 일을 반복 해서는 안될 것이다. 타인이 나와 술을 안먹으려 한다면 한번쯤 생각을 해보자. 미워서가 아니라 못된 자신을 그나마 보호해주길 바래서라고. “술만 안먹으면 참 좋은 사람인데”라는 말을 안듣도록 하자. 아무쪼록 상하이저널 독자여러분 올 한해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며, 내년에는 내년의 해가 뜬다는 걸 잊지 마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뵙길 기원합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주저 앉은 분들은 일어나시고, 걷는 자는 뛰시길 바랍니다.

▷조용한 상인(trnt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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