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된 2011년 1월 19일, 세계의 눈은 워싱턴으로 집중됐다. 탈냉전 이후 미국 독주시대에서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로 접어드는 현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알리는 2011년에 양국간의 안정적 협력관계의 기본 틀을 재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ㆍ중은 공히 안정적ㆍ실용적 협력관계 유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대중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2012년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의 실리적 협력관계 유지가 긴요했다.
비록 위안화 절상에 대한 대중 압박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의 양보를 유도하는 실리적 접근이 요구됐다. 2012년 18차 당대회를 앞둔 후진타오 주석으로서도 불안정한 대미 관계 유지는 5세대 지도부로의 원활한 권력이양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중국의 대외관계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대미관계가 지속 악화될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미ㆍ중 모두 명실상부한 ‘G2’로서의 위상 재정립이 양자관계뿐만 아니라, 지역 및 글로벌 거버넌스에 긍정적ㆍ안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공감할 필요가 있었다. 미중이 양국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의 문제는 향후 10-15년의 양자관계 및 세계질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1979년 1월 미ㆍ중 국교정상화를 계기로 성사된 덩샤오핑의 미국 방문 이후 가장 중요한 미ㆍ중간 이벤트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미ㆍ중 양국은 양자관계를 ‘제로섬적’ 관계가 아닌, “긍정적, 협력적, 포괄적” 관계로 재설정하는 것이 공통의 이해에 부합한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중 양국 정상의 생각은 기본적인 입장에서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인 것 같지는 않다. 정상 선언문에서 언급된 한반도 관련 문구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한반도 긴장고조 및 북한의 우라늄농축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가 하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매우 중요(critical importance)하며, 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계속 긴밀히 협력한다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importance)하며,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sincere and constructive)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라는데도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더욱이 한반도 비핵화가 매우 중요 critical importance)하며, <9.19 공동성명>에서 이루어진 비핵화(concrete and effective steps)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9.19 공동성명> 및 관련 국제 의무/약속에 위반되는 모든 활동에 반대하며, 이 문제와 기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 프로세스의 조기 재개(early resumption)에 필요한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G2로 대접답기 시작한 중국의 태도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겨두고 있는 인권문제에서 중국이 세계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로서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었다. 덩치는 G2이지만 진정한 G2의 모습을 찾기는 역부족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있어 북한의 핵개발 문제는 물론이고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무력공격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은 중국이 여전히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가 아니라 지역적 이해관계에 얽매이는 국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중국이 G2에 걸맞게 세계를 섬길 수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스스로 손해를 보더라도 세계와 지역의 이익이 증대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분명한 질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전 세계국가들은 불량국가인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끌어안으려는 중국을 G2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이제 중국은 자신이 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지역 패권에 연연하는 국가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높여있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전세계 국가들로부터 혜택을 받았다면 이제는 그 혜택을 나눠야 할 시점이며, 그 시작은 북한문제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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